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무역 갈등에서 군사, 외교, 정치 영역까지 깊숙이 확대되면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원래 그런 사이 아니냐"라든가 "서로 패권 다툼을 벌이는 강대국끼리 그런 것은 자연스럽다"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양국 관계가 이렇게 급속히 악화한 것은 21세기 들어선 이후다.
양국 패권 다툼에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한국에서는 "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는 정도의 반응이 자연스럽겠지만, 중국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의아해할 것이다. 남북한 전쟁에서 서로 직접 싸웠고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내일이라도 전쟁을 벌일 것만 같은 두 나라가 그렇게 가까웠었다는 것을 믿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주석과 회담하고 1979년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 그리고 이후 미국이 당시 소비에트연방(소련)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그리고 중국의 자본주의 편입이 유리하리라고 판단한 결과 전폭적인 경제 및 군사 발전 지원책을 제공한 것 등은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오쩌둥 중국 주석과 악수하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
미국은 그렇다면 중국이 성장한 이후에 자신들의 패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갖지 않았던 것일까? 소련의 붕괴 이후에도 미국은 왜 중국에 지원을 계속한 것일까? 중국은 성장하는 동안 미국의 지원을 계속 받아내려고 어떤 노력을 했던 것일까?
이런 의문에 답하는 내용의 책이 바로 대중국 매파로 알려진 마이클 필스버리(Michael Pillsbury)의 책 『The Hundred-Year Marathon』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거의 평생 미국 행정부와 유엔, 그리고 미국 상원에서 중국 관계를 다룬 경력을 바탕으로 위에 제기된 의문에 답하는 성격의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소개하는 2012년의 한 행사 내용은 미국 학계와 정치, 사회, 행정부 등 각계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집단이 중국의 속내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잘 말해 준다. 아래 그림은 2012년 11월30일 미국 의사당 근처의 스미소니언 미술관에서 열린 한 중국 설치미술가의 작품 소개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이 행사는 차이궈창(蔡国强)이 미국 국무부로부터 상을 받은 기념으로 열린 것이었는데, 문제는 2천여 개의 폭발 장치가 폭발하면서 무수히 많은 잔해가 현장을 어지렵힌 것은 물론 기독교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현장 구조물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미국의 심장부에서 자신들이 발명한 화약을 이용해 중국 작가가 기독교 문명의 상징을 파괴하는 '작품'을 만들고 미국 국무부로부터 상을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행사에 참석한 수백명의 미국인 및 서양인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는 사실이 잘못된 미-중 관계의 내막을 반영한 것과 같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필스버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을 설계한 사람으로 알려질 정도로 매파적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책을 읽으면 좋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전격적으로 중국과의 대결적인 정책 노선을 펴기 시작했는지, 왜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지, 그 책임은 트럼프 개인에게 있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미-중 관계를 바라봐야 하는지, 우리가 남북 관계에서도 미국이 저지른 우를 반복할 위험은 없는지 등에 관해서 이 책은 많은 참고가 될 정보를 제공한다.
《책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