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 정상회담을 한 것이 세계 주요 기사로 보도되고 있다. 논의하거나 합의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 그만큼 두 나라가 인류 역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마침 최근 몇 권의 중국 관련 책을 읽어서 중국 관련 소식이 특히 더 중요하게 와닿는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기 바로 몇 시간 전에 읽기를 끝낸 책에서 다시 한번 중국의 중요성과 '중국 이슈'를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대학교(샌디에이고) 연구교수인 수전 셔크는 『Overreach: How China Derailed Its Peaceful Rise』라는 책에서 덩샤오핑 전 지도자가 당부한 지침을 어기고 중국이 언젠가부터 국제사회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하게 됐으며, 그 배경과 중국 지도부 내에서 벌어진(벌어졌음직한) 일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잘 알려진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침은 '도광양회(韬光养晦)'라는 부분으로, 이 말은 덩샤오핑이 중국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한 '28자 방침'에 포함됐으며, 이후 30여년간 그런대로 중국 외교정책의 토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로 28자 방침은 다음과 같이 4자 성어 7개로 이루어져 있다.
- 냉정관찰(冷静观察): 어떤 입장을 내거나 행동을 취하기 전에 국제정세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변화되어 가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
- 온주진각(稳住阵脚): 스스로 내부의 질서와 역량을 공고히 하라
- 침착응부(沉着应付): 국력과 이익을 고려해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하라
- 도광양회(韬光养晦): 밖으로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라
- 선우장졸(善于藏拙): 능력이 없는 듯 낮은 기조를 유지하는 데 능숙해야 한다
- 결부당두(决不当头): 절대로 앞에 나서서 우두머리가 되려 하지 말라
- 유소작위(有所作为): 꼭 해야만 하는 일은 하라
저자는 중국이 대략 2008/2009년부터 자신의 국력 상승과 미국의 패권 약화를 확신하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도광양회 원칙을 버리고 '도를 넘는 행동을 하기(overreach)'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당시는 후진타오(胡锦涛) 주석이 두 번째 집권하던 시기였으며, 이런 진단은 시진핑(習近平) 현재 주석이 집권하고부터 미국과 패권경쟁을 본격화했다는 인식과는 다른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1992년 중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1998~2003년 국가 부주석, 2002~2012년 중앙위원회 총서기, 2003~2013년 국가 주석, 2004~2012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각각 역임했다. 따라서 2008/2009년은 그가 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최상부 3개 직위를 모두 차지했을 때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은 패권 경쟁은 중국이 이런 '도를 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꼭 벌어져야 하는 건 아니었을 수 있다. 미국 패권 진영에서 이 문제를 잘 관리했더라면 험악한 대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부분이다. 결국 미국 패권 진영이 중국의 '도를 넘는 행동'을 초반에 직시하지 못했고, 나아가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잉 대응'으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 책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이전인 2008/2009년, 그것도 온화한 리더십을 보인 것으로 기억되는 후진타오 주석 집권기에 중국이 도광양회 자세를 버린 배경과 당시 지도부 내에서 이런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 배경 등을 소개한다. 중국 내부 상황을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서술하면서도 지루할 정도로 상세히 묘사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미국, 독일, 일본식 정치 제도를 조금씩 도입한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정치‧사회 제도를 가진 중국의 외교와 경제 정책 결정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 내용을 더 상세히 소개하는 대신 amazon.com에 게시된 리뷰 글 가운데 최고 찬사와 최악 평가 글을 소개한다.
(호평) 마오쩌둥 시대 이후 중국은 일인독재와 집단지도체제라는 두 가지 통치 패턴 사이를 오갔다. 역학관계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두 가지 모두 과잉통치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천안문 사태와 소련의 붕괴에서 얻은 세 가지 교훈, 즉 대규모 사회 불안을 막고, 지도부의 분열을 피하며, 군을 당의 편에 두는 것'을 늘 염두에 두었다. 후진타오 체제에서는 최고위층의 권력이 분산됐지만, 관료적 이익 집단들이 외교와 국내 정책을 제각기 과도한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를 조정해야 할 후진타오 주석은 공개적인 리더십 분열을 피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편, 당시 약화한 리더십 문제를 직시한 시진핑은 중앙집권적 의사 결정부터 개인 숭배, 이념적 순수성 강조, 소수의 측근에 대한 의존에 이르기까지 마오쩌둥의 리더십 스타일을 모델로 삼아 통치하고 있다. 결국 , 중국이 스스로 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거나 서방이 과잉 대응을 자제하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악평) 이 책에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지만, 그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상당한 편향성이 드러났다. 국무부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중국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편향적이고 비학문적인 방식으로 사실을 제시하는 방식에 솔직히 모욕감을 느꼈다.
【책 정보】
Publisher : Oxford University Press (October 18, 2022)
Language : English
Hardcover : 424 pages
ISBN-10 : 0190068515
ISBN-13 : 978-0190068516
Item Weight : 1.44 pounds
Dimensions : 9.54 x 1.17 x 6.48 inches
Susan L. Shirk is an American political scientist and China specialist currently serving as a research professor at UCSD's School of Global Policy and Strategy. Shirk served as Deputy Assistant Secretary of State in the Bureau of East Asia and Pacific Affairs of the US State Department from 1997 to 2000 during the Clinton adminis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