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가 역전돼 대규모 자본이탈이 불가피해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 국제경제 문제는 환율과 정치 체제, 정책 관련 제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국내에서 번역돼 소개되는 글을 주로 보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매번 그 내용과 함축된 의미 등을 제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파고드는 사람들이 이른바 '카더라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대표적으로 들먹이는 주제가 바로 내외금리차, 정확히는 한미금리차 문제다. 즉,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금리보다 얼마나 높(낮)은지를 주제로 그야말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한국보다 빠르다보니 이번에도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많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 돈이 이탈해서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몰려갈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자본시장연구원이 정밀 분석한 결과 금리차에 따른 대규모 자본이탈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리차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며, 연구 결과 자본조달비용과 해외투자시 환헤지비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내외금리차 역전이 자본유출입 및 외자조달비용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내용 중 요약 부분을 소개하며 보고서 전문 링크는 맨아래 공유한다.
(국민일보 자료사진, 출처: news.naver.com) |
《금리차 역전 시기별 비교》
과거 우리나라에서 한미 금리차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00년 전후(’99.7월~’01.3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05.8월~’07.9월), 코로나19 위기 발생 직전(’18.3월~’20.2월) 및 최근 미국의 초긴축정책 기간(’22.7월 이후 현재) 등 네 차례로 파악된다.
최근의 경우를 보면 미연준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상단 기준)가 현재 5.5%에 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에 그쳐 기준금리로 볼 때 내외금리차가 2.0%p 수준으로 역전된 상황이다. 이는 과거 내외금리차 역전폭이 1.5%p로 가장 컸던 2000년경보다 더 큰 폭이다.
한편,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의 지속기간에 있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코로나19 위기 발생 직전이 각각 26개월과 24개월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시기 동안 금리차 역전폭은 최대 1.0%p 수준이었다. 이와 비교하여 최근의 금리역전 현상은 금년 9월 현재 15개월째 지속되고 있으며, 큰 폭의 내외금리차 역전 정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최근(기간 4) 한미간 장기금리(국채 10년물 기준)의 경우에는 금리 역전폭이 기준금리의 경우보다 다소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최근의 장기금리차 역전현상은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이후에도 한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약 6개월 이후부터 나타났으며 장기금리차 역전폭은 0.2~0.4%p 범위에 그쳤다.
그 주된 이유는 미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이는 누적된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인해 미국 국채의 기간프리미엄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장기국채 금리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주로 기인(백인석(2023))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차 역전 현상의 지속가능성》
최근의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나 물가 등 경제상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선물 자료(CME FedWatch, 2023년 9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2023년 12월말 미국 기준금리(상단)가 현재 5.5%가 유지될 가능성이 57.7%로 가장 높으나 연내 1회 이상 인상될 확률도 42.3%에 달해 연내 적어도 한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연준의 9월 FOMC 점도표를 보더라도, 2025년까지 현재 국내 기준금리 수준인 3.5%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내 물가(소비자물가)는 금년 8월중 3.4%를 기록하여 중기 물가목표(2%)를 여전히 벗어난 상황이나 경제성장률이 금년중 1% 중반대0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어 실물경제의 가시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준금리는 현재의 3.5%에서 인상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당분간 내외금리차의 역전현 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 및 시사점》
2022년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은 과거에 비해 그 폭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기간 측면에서도 향후 오랜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본고에서는 최근 한미간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의 특징과 전망을 살펴본 후 내외금리차 역전이 우리나라의 자본유출입 가능성 및 자본조달비용 등 대외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한미간 내외금리차가 역전된 시기별로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주식 및 채권 투자자금 각각에 대해 자금유출입 추이를 살펴본 결과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대내외 증권 투자자금의 유출입 결정요인에 관한 회귀추정 결과에서도 내외금리차 역전보다는 경제펀더멘털이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인한 위험지표 등이 더 중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내외금리차 역전이 대내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이나 대외건전성 악화를 초래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큰 폭의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의 지속은 우리 경제주체들의 자본조달비용의 상승과 해외투자시 환헤지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거주자의 한국물 외화채권 발생시 발행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상환비용이 늘어나고 있고, 대부분의국내 투자기관들이 해외채권 투자시 환헤지 전략을 추구하면서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환헤지 비용 증가와 투자수익률 하락 요인이 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본고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 시점에서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 경제주체들은 막연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큰 폭의 내외금리차 역전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중대한 글로벌 외부충격이 가세하는 경우에는 우리 경제의 위기대응력과 회복력이 더욱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념하여 경제체질 강화와 대외신인도 유지에 배가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각 경제주체별로 외자조달비용 상승에 대비한 외화조달체계 및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외자조달 수단의 하나인 외화채권 발행시 국제금리 동향이나 전망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통해 발행 시기 및 조건 등을 최적화함으로써 외화조달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외자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고 외화유동성 관리에도 노력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와 관련하여 국내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들의 환헤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해외자산에 대해 완전 또는 부분 헤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외자조달비용 상승과 추가적인 환헤지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내 투자기관이나 개별 기금들은 환헤지 전략 수립시 지금까지와 같이 관성적으로 환헤지를 추구하기보다는 외환(currency)을 하나의 투자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각 기금의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환헤지 전략을 수립하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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