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성향의 경제학자인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자국 통화를 50% 넘게 평가절하하고 공공 지출 대폭 삭감 등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빈사 상태의 아르헨티나가 위기를 넘어설 것인지 다시 관심이 쏠린다. 한때 전 세계 최고 부국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잇단 정책 실패로 이제 세계에서 가장 자주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가 됐다.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대통령은 보조금 삭감과 복지 지출 축소 등도 약속한 바 있어 국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페소화 가치가 단번에 50% 이상 낮아졌다는 뜻은 환율이 하루아침에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간 것을 뜻한다. 수입품 물가는 당연히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며 달러화로 측정한 국민들 자산과 소득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국민들 고통도 고통이지만 밀레이 정부의 시험대는 다가오는 외화 부채 상환 압박이 될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1100억달러를 포함해 아르헨티나의 외화 부채는 모두 4000억달러가 넘는다. 이 가운데 160억달러가량의 부채가 내년까지 만기를 맞는데, 문제는 외환보유액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상점 앞에 달러 결제 가능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
외환보유액이 없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총 외환보유액은 물론 플러스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순외환보유액은 마이너스 100억불이 넘는 상태다. 결국 IMF나 해외 채권 기관들과 힘겨운 협상을 하거나 부도를 선언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1980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PPP 기준)은 6170달러로 한국(2170달러)의 무려 세 배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후 한국의 1인당 GDP는 꾸준히, 그리고 급격히 증가해 올해 56,710달러로 추정되는 반면, 아르헨티나는 26,510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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