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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미국의 대유럽 경영기법 전수 효과 있었다...한국 문제를 생각하며 읽어보기

기업 경영 기법과 체질을 개선하면 정말로 해당 기업과 국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도 달라질까? 

얼핏 그럴 것 같으면서도 막상 이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립경제연구국(NBER)이 최근 발표한 논문은 지난 1950년대 미국이 서유럽 각국에 경영 기법과 체질을 전수하기 위해 시행한 미국 기술지원 및 생산성 프로그램(이하 '생산성 프로그램')의 성과를 집중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1~2세대 만에 고소득국 반열에 오르고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기계 등 여러 산업에서 세계 최고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보였지만,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보고서는 한국의 영광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 경고에 곁들여지는 이유로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가 집중하는 부분은 인구 구조 변화, 즉 인구는 늙어가는데 출산은 계속 감소한다는 측면이다. 하지만, 크게 부각되지도 않고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생산성 부진이다. 생산성이 더이상 만족스럽게 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내 평가도 없지는 않으나, 주장만 있고 꾸준한 연구와 공론화 노력을 통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합의와 개선을 방해하는 요소를 대대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개선이 시급한 부분, 혹은 그럴 것이라고 의심되는 부분 중 하나가  '한국식 기업 경영 모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 블로그에서는 위에 언급한 논문(원제 『Closing the Productivity Gap with the US: Causes and Consequences of the Productivity Program in Western Europe』)의 주요 결론 부분을 요약 ·번역해 소개한다. 관심 있는 독자는 맨 아래 링크를 통해 논문 전체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 관련 내용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날' 포스터. 사진 출처: pulsenews.co.kr)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서유럽 16개 나라에 행한 대외원조 계획을 흔히 마셜플랜으로 부른다. 사진 출처: www.historyonthenet.com)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유럽 경제의 부흥을 돕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시행된 생산성 프로그램은 유럽 기업들의 경영자들을 미국에 초청해 미국의 현대화된 경영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규모나 추구하는 목적 면에서 거의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기에 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논문 저자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 기업들 사례를 분석했는데, 이들 기업은 평균 5~10%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생산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했어도 이후 배운 내용을 귀국 후 채택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성과는 대단히 의미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미국식 경영 기법을 도입할지 결정할 재량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거꾸로 이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영에 기여하기도 했다.

성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탈리아 기업들은 프로그램 참가 이후 10년간 생산성 증가 속도가 미국 기업들보다 평균 7.8% 빨랐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기간 해당 기업들의 고용과 수익성 차원에서도 비슷한 성과가 확인됐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이 논문에서는 기업들의 경영 기법 개선이 해당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시간을 두고 해당 산업과 국가 전체의 생산성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기업 경영 기법 개선이 국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면 해당국 산업 정책 수립에 기업 경영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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