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선거권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적 직접‧보통 선거 체제를 택한 많은 국가에서 극단적이고 급변하는 정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사회, 정치, 문화, 예술 등 거의 모든 측면에 걸쳐 정체성이 확고한 중년 이상의 유권자들과는 달리, 젊은 유권자들의 성향에 대한 기성 세대의 이해도가 낮은 것도 하나의 특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최근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5,055명을 대상으로 생활상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세대) 구성원들의 특징을 상세히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외교 등 국정 전반의 정책을 연구하고 설계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성세대에 속한 것과는 달리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권자는 대체로 더 젊은 세대 구성원들이다. 과거에는 세대별 차이가 있기는 해도 그 차이가 크지 않거나 대체로 각 세대 내 지배적 특성이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었으나, 최근 젊은 세대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들》
- Z세대가 10대 시절 친구들과 함께 외부에서 보낸 시간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짧다.
- Z세대는 정치적 진보(리버럴) 성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민주당 지지는 아니다.
- Z세대는 정치적 신뢰가 높은 분위기 속에 성장기를 보냈다고 응답한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낮다.
- Z세대의 경우 남-녀 간 정치적 성향 차이가 이전 세대보다 크며, 그 차이는 특히 젠더 이슈에서 크다. 실례로, Z세대 남성 중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비율은 절반이 안 되는데,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60%를 넘는다.
- Z세대 구성원 중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답한 비율이 20% 선에 달해 이전 세대보다 높았는데,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았다.
《보고서 요약》
특정 사건이나 인구통계학적 추세(예: 베이비붐)를 중심으로 한 문화, 삶의 경험, 정체성의 진화는 특정 세대에 속한 사람들에게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차이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정량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71%가 비히스패닉계 백인인 반면, Z세대의 경우 이 비중이 약 절반으로 내려온다. 종교적, 교육적, 성적 정체성은 모두 세대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에 더해 주요 세대별 특성은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차이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 보고서는 사회과학 연구의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동시에 세대 간 차이를 탐구하기 위해 10대의 인성 형성기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세대 간 차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같은 세대에 속하는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경험하는 내용이 유사하다는 측면도 있고 기술 혁신, 인구학적 추세, 사회적 관습,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인해 세대마다 꽤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
Z세대는 사회적으로 차별화된 특성을 보인다. 10대 시절 외로움 경험 비율이 높고, 자라면서 이전 세대보다 친구들과 직접 대면하는 시간이 적었다고 답했다. Z세대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적어도 10대 시절에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이는 베이비붐 세대(36%)의 두 배에 가깝다.
이러한 세대 간 성장 경험의 차이는 다른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10대 시절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Z세대 성인의 경우 절반 정도에 그쳤는데,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10대 시절 일부 기간 "꾸준히 사귀었다"고 답한 비율이 4분의 3 이상이어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Z세대 가운데 10대 시절 중 적어도 일부 기간 정기적으로 종교 예배에 참석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술, 대마초, 담배를 피운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이전 세대보다 현저히 낮다. 마찬가지로, 10대의 경쟁 스포츠 및 사냥이나 스카우트 같은 야외 활동 참여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젊은 여성의 운동 참여율은 이전 세대를 앞지르고 있다.
세대 간, 세대 내 정치적 성향 차이도 크다. Z세대 성인 10명 중 약 4명은 진보적이고, 3분의 1은 중도적이며, 4명 중 1명은 보수적입니다.
정치 철학에 있어서는 Z세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의미 있는 격차가 존재한다. 자신이 진보에 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Z세대 여성의 경우 46%에 달했으나, Z세대 남성의 경우 이 비율이 28%에 그쳤다. 이런 성별 격차는 모든 세대 중 가장 컸다.
정치적 신뢰도 역시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성장기에 정치 지도자를 대체로 신뢰할 수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34%에 그쳤다. 같은 질문에 긍정적 답을 한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3분의 2, 침묵 세대(1925~1945년 사이 출생한 세대)의 경우 80% 선에 달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세대 간 성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차이점도 발견되었다.
Z세대 여성 3명 중 1명(31%)이 성소수자라고 밝혀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았으며, Z세대 남성(16%)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Z세대 여성의 5분의 1(20%)은 양성애자이며, 이는 LGBTQ로 정체성을 밝힌 Z세대 여성 비율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적 매력의 안정성과 섹슈얼리티가 타고나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대 간, 그리고 Z세대 내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