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에 관한 보고서를 소개하고 필자 개인 견해를 덧붙인 글에 본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만큼 환율에 관심도 많고 이해도 과거보다 깊어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반응이다. 한국은 1997년을 비롯해 여러 차례 외환위기를 겪는 가운데 환율에 관심이 커졌고, 그와 더불어 외환과 관련해서만 보면 기축통화국을 제외한 나라 가운데 자본 이동 규제가 가장 많이 제거돼 환율 흐름이 자본시장 및 펀더멘털 상황을 잘 반영하는 나라다.
한국은 매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따박따박 수입해야 하는 나라인데다가, 계속 늘어나는 국내 공·사적 연금 자산의 해외 투자 확대, 제조업체들의 해외 투자 지속적 확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 등으로 원화 약세 요인이 쌓여가고 있다.
그와 비교해 달러 공급은 늘지 않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세계 각지에 생산 및 영업망을 구축해 달러로 받은 자금을 들여올 틈이 거의 없고, 한국 콘텐츠 인기 확산 영향에 해외 관광객 유입이 늘고, 건설 및 기타 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수입도 증가하지만, 앞에 나열한 달러 수요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원화의 교역대상국 상대 가치를 보여주는 실효환율지수의 장기 추이를 살펴봐도 외환 수급과 관련한 이런 구조적 변화 효과가 잘 나타난다. 아래 그림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두 가지 큰 충격으로 보고, 그 사이 기간 원화 가치 변화를 살펴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원화 가치는 두 기간 중 약 10% 하락했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요인(방만해진 재정 운용, 생산성 개선 지연, 인구 고령화 등)도 반영하지만, 대체로 앞에 열거한 외환 수급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빨간 선은 두 기간의 단순 평균을 나타낸다. 이 그래프는 지난해 11월까지 집계된 것으로, 올해 환율 상승으로 최근 수치는 현재 기간 평균을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