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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주춤' 오른 달러/원 환율,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덮쳤다

연초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연말께만 해도 새해가 되면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조 전환 기대 속에 '킹 달러'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한국 수출도 반도체 회복 사이클 진입과 함께 회복세를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컸었다.

그런데 막상 연초가 되니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드디어 좋은 시절이 왔다고 환호하며 새해 첫 날 거래를 마친 이후 코스피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고 환율은 상승 일변도를 달리고 있다. 1월16일 마감 기준 코스피는 올해 들어 6%가량 떨어졌고 원화 가치는 3% 넘게 약해졌다. 달러지수가 상승했다고는 해도 2% 상승한 것에 비하면 원화 가치 하락이 지나치다.

모든 전망은 틀리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뭔가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거나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은 대략 여섯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원화를 타격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일본 지진, 중국 주가 급락, 삼성전자 실적 부진, 국내 부동산 PF 우려 재점화, 그리고 북한 긴장 고조 등이다.

필자는 여기에 중국이 어느 정도의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보인다는 인식이 일곱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부동산 부실 문제를 덮고 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경기에 부담이 있더라도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서, 대신 위안화 약세를 틈타 수출 촉진을 기하려 한다는 인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요인 중 한국 국내 요인, 특히 북한 요인이 얼마나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외화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 등을 보면 북한 요인이 한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식에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래는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사진 출처: reuters.com)

뚜렷한 악재보다 가랑비 악재에 옷 젖은 원화

- 달러-원 환율을 급등시킬 눈에 띄는 대형 악재가 없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지난해 11월초 수준으로 복귀한데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임

- 첫째,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반등임. 다만, 연초 달러 강세 폭이 1%임을 고려하면 연초이후 3% 이상 상승한 달러-원 환율을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음

- 둘째, 달러-엔 상승임. 130엔대를 위협하던 달러-엔 환율이 어느 순간 147엔까지 반등함. 연초 노토반도 강진으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피봇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달러-엔 환율을 반등시킴. 또한 단기 저항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던 145엔을 힘없이 내준 것이 원화 약세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판단됨. 최근들어 위안화보다 엔화와 원화간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엔 약세가 원화 약세를 상당부분 견인한 것으로 설명됨

- 셋째, 중국 불안임. 중화권 증시의 하락세가 연초부터 이어지면서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코스피지수는 물론 원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임. 더욱이 금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 컸지만 막상 인민은행이 예상 밖으로 동결하면서 중국 증시의 반등 기대감이 더욱 약화된 것도 심리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함

- 넷째, 국내 리스크임. 우선,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쇼크를 내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약화된 것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함. (중략) 반도체 업황의 회복이 국내 무역수지 개선 및 경기 펀더멘탈 개선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실적 쇼크가 원화 가치에 악재로 작용한 것임

- 부동산 PF, ELS 손실 등도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리스크지만 잠재적 위험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음. 

-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외환시장에는 경험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각종 악재 속에 북한 리스크도 원화 약세 심리를 강화시킨 재료임

- 종합하면 달러-원 환율을 하락시킬 호재가 전무한 가운데 악재가 누적된 것이 달러-원 환율을 재차 1,331.8원(16일 종가)까지 반등시킨 것으로 해석됨

지난해 10월과 같은 긴축발작에 따른 달러-원 추가 상승 가능성은 낮음

- (전략) 미 연준의 3월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은 약화되었지만 2분기중 금리인하는 여전히 유효. 이는 달러화 추가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피봇이 지연되었지만 2분기 피봇 예상은 유효하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폭도 제한적임

- 더욱이 각종 위험자산 선호 관련지표도 큰 동요가 없음을 감안하면 달러 급반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확산될 여지도 낮아보임

- 다만, (중략)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현상 가속화 우려와 중국 경기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제 펀더멘탈 개선 지연과 원화 약세 심리를 부추길 잠재 위험임. 동시에 국내 잠재 신용 이벤트 등으로 인한 추가 부실 리스크는 달러-원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시킬 것임

- 지난해와 10월과 같이 달러-원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동시에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추세적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힘든 국면임 1,300~1,350원대 등락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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