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 결과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입법원에서는 야당인 국민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2024년 지구 곳곳에서 치러질 전국 단위 선거가 세계 정치 및 경제 질서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열려 관심이 컸다. 더우기,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과 무역 갈등이 세계 경제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여기에 대만 문제가 중요한 요인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민주진보당(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의 라이칭더 후보는 559만표(40.1%)를 얻어 467만표(33.5%)를 얻은 국민당(Kuomintang, KMT)의 허우유이 후보에 승리했다. 이번 총통 선거에 등록된 후보자는 대만민중당(Taiwan People’s Party)의 커원저까지 세 명으로, 커원저
후보는 369만표(26.4%)를 득표하면서 대만 정치사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입법원 선거에서는 총 113석 중 여당인 민진당이 51석(45.1%)을, 제1 야당인 국민당이 52석(46.0%)을 얻었으며 대만민중당은 8석(7.1%)을 획득해 여당이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대만 현지 및 해외 언론과 투자은행, 연구소 등의 반응을 국제금융센터가 정리한 자료를 소개한다.
(사진 출처: ctvnews.ca) |
[평가] 금번 선거는 대만 시민들의 반중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3연속 집권에 성공하면서 `28년까지 중국-대만간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
◎ 반중 정서 반영: 친미·대만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이 1996년 직선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총통 3선 집권에 성공하면서 시민들의 반중 정서를 재확인
-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지향하고 중국의 대선 개입을 비난하면서 반중 성향의 표를 집결시키는 데 성공
- 반면 국민당은 민진당의 라이칭더를 극단주의자라고 비난하고 민진당 재집권 시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으나 대선에서 패배
-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유화정책을 동시에 사용해 왔으나, 이는 오히려 대만 시민들의 반감을 확대시킨 것으로 분석(SCMP)
- 중국은 선거를 앞두고 일부 석유화학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고 군용기 무력시위를 시행. 또한 푸젠성(省)은 대만인에 거주증을 발급하면서 견제를 심화
◎ 친미 대외노선 유지: 대만 정부가 독립 의지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미국과의 연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의 대만 압박도 이어질 전망
- 라이칭더 당선인은 소감 발표에서 금번 선거결과는 외세의 개입에 대응한 민주진영의 승리라고 자축했으며 앞으로도 대만 독립을 지향할 계획
- 경제회복 및 정치안정 등을 위해 중국과의 평화적 대화 노력도 지속하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반박해 갈등이 불가피
- 미국은 금번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혀 왔으며 민진당의 3연임으로 대만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
-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만선거 직후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에서 대만과의 협력 관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발언
- 중국은 선거 직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미국, 일본 등이 라이칭더 당선에 대해 축하 성명을 발표한 것에도 불만을 표시
- 이에 대만 외교부는 중국의 통일 발언이 현재 양안 상황에 전혀 맞지 않으며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반박
◎ 민생경제 안정화 노력: 향후 △최저임금 인상 △주거 안정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정책들이 도입될 전망. 다만, 경제성장세 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가능성
- 주요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낮은 임금, 높은 주택가격, 경제성장 둔화 등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해 온 만큼 정파와 관계없이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행될 전망
- 라이칭더 당선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된 최저임금 상승, 임대주택 1만가구 공급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
- 민진당은 `25년까지 원자로를 모두 폐쇄한다는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반대로 원전 폐쇄는 어려울 가능성
- 라이칭더 후보는 대만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언했으나 실제 달성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BNP Paribas)
- 대만의 `23년 경제성장률이 1.2%로 낮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며, `24년에도 주요 선진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전자제품 수요 둔화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
◎ 시장 반응: 선거 직후인 1.15일(오전 11시 기준), 대만 종합주가지수는 전거래일(12일) 대비 0.3% 상승하고 달러 대비 대만달러(TWD) 가치는 0.3% 절하되어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
- 선거 결과가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불확실성이 일단락된 점은 긍정적. 향후 대만의 수출 다각화 등이 대만달러 강보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HSBC)
[시사점] 대만 선거가 중국-미국의 대리전 성격을 가진 만큼,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의 견제가 지속되면서 대외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음에 유의
◎ 금년 5월 라이칭더의 취임을 앞두고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의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무역 장벽도 강화하는 등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전망(International Crisis Group)
- 특히 국민당이 근소하게나마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여 대만 선거 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중국이 이를 기회로 대만 압박을 강화할 소지
- 양안 긴장이 심화될 경우 대만 내부의 정치 갈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가중될 소지(CE)
◎ 대만이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 등을 위해 노력하면서 한국도 일부 이익을 얻을 가능성. 반면, 유사시 중국-대만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함에 유의
- 대만이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은 긍정적
- 대만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년 30.0%에서 `23년 20.7%로 축소되는 추세. 라이칭더 당선인은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TSMC의 해외 투자를 장려하는 등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노력할 방침
- 반면, 중국의 대미 견제가 더욱 노골화될 수 있으며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
- Bloomberg Economics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전세계의 국내총생산이 10조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 특히 대만의 GDP는 40.6% 감소하고 한국의 GDP는 23.3%, 중국의 GDP는 16.7%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