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정책 발표 때마다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잠재적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정부는 이를 기득권층의 반발로 치부하면서 밀어붙였다. 급기야 지난 2020년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차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시행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에게 부여되는 권리로서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 시 정당한 사유(예: 집주인이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고자 하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해당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었으며,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취지와 목적에 관하여 경제적 약자(임차권자)의 권리를 보완하고 임대차-임차인 간의 관계를 보다 균형 잡힌 관계로 재정립하고자 하였다고 설명하는 한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개선(거주 기간 및 임대가격)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주택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라졌다. 그래도 정부는 이 법이 궁극적으로 임차인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그 효과가 좋지 않으면 그 정책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법의 최대 약점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악한 자와 선한 자로 마음대로 구분해 취급한 것이었다. 과연 임대인은 '모두가' 악한 자인가? 임차인은 '모두가' 착한 자인가?
이에 대해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나타난 주택 매매 및 임대차 시장에 나타난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실증 분석 결과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우리가 걱정했던 부분이 대부분 사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주요 내용과 보고서 원문 링크를 공유한다.
전세가격에 미친 영향
□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전세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2020년 12월까지 평균적으로 신규계약 전세가격이 모형에 따라 약 9~11% 정도 상승한 것을 추정
-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은 재계약 매물까지 모두 포함하는 경우 위 추정결과는 약 4~6% 인상으로 추정결과 수치가 하락
- 가장 전세가격이 많이 상승한 2020년 12월의 경우는 신규계약 전세가격이 13~18%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재계약 매물까지 모두 포함하는 경우 동 수치는 약 9% 정도로 나타남
전월세 거래량에 미친 영향
□ 전월세거래량 및 전세거래 비율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전월세거래량은 2020년 12월까지 평균 약 2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됨
-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표되고 실제 시행이 되기 전인 2020년 6월, 7월의 경우 법 개정이 시행되기 전 서둘러 임대계약을 하고자 하는 유인으로 인해 거래량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 따라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면 발표 시점 이후 2020년 12월까지 평균 약 11% 거래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
□ 전체 임대거래에서 전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상반기 67%였으나 법 개정 이후 이 비율은 약 5.58%p 하락,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는 2.42%p 하락한 것으로 추정
- 정리하자면,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전월세거래량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이 중에서 전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남
매매가격 변동에 미친 영향
□ 전세가격이 법 개정으로 변동하는 경우 이는 연쇄적으로 해당 주택의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
-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로는 매매-임대 계약의 대체관계에서 찾을 수 있음
- 전세가격이 증가하는 경우 대체제인 매매 거래로 임대수요가 일부 이동할 수 있으며 이렇게 매매 수요로 수요가 이동하는 경우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
- 매매-임대 대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전세-매매 가격이 연동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로는 갭투자 경로가 존재
- 전세가격이 상승하여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상승하고 전세-매매가격의 갭이 줄어드는 경우 이를 활용하여 해당 주택을 구입(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여 매매가격이 상승
□ 매매가격에 미친 영향을 Panel-SVAR 모형을 구축하여 전세가격 변동이 매매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동학(dynamics)을 분석
- 전세-매매 가격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로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전세가격에 영향을 우선적으로 미치고, 이로 인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메커니즘을 모형화하여 분석을 진행(임대차보호법 ⇒ 전세가격 ⇔ 매매가격)
□ 분석 결과에 의하면 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같은 전세가격에 고유한 외생적 충격(orthogonal shock)이 발생하여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매매가격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영향을 받아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
- 전세가격이 로그단위로 1 증가하는 경우 매매가격은 약 6~7%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이 되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주지만 그 영향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
전세가격 변동성에 미친 영향
□ 전세가격 변동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매매가격이 한 단위 변화하였을 때 전세가격이 영향을 받는 정도가 변화하였는지를 추정
-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매매가격 변동이 전세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를 추정하며 이 값이 커지는 경우 매매가격 → 전세가격 경로의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하고자 함
- 표본을 2개로 구성하여 우선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후의 효과를 추정하고, 임대차보호법 도입 직후 제도 변화로 인한 혼란 등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후(2020년)의 표본을 제외시킨 표본을 구성하여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
- 분석 결과 모든 모형에서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약 17~21% 정도 커지는 것으로 추정됨
요약 및 시사점
-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보호법)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되었으며 이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임차인의 권리로 보장하고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여 최초 계약 가격과 거의 동일한 가격(5% 인상 상한)에 보다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짐
- 본 연구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실제 주택시장에서 발생한 일을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실증분석을 진행하여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게 임차인의 권리와 후생을 증진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
-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임대가격의 변동성은 확대되었으며 제도 도입 초기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기대로 인해 신규계약 시 과도하게 높아진 전세금을 세입자가 지불해야만 했으며 전월세매물 이 중에서도 전세매물은 급감한 부작용이 나타남
- 또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임대인-임차인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한 상황
-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이론적 검토와 실증분석을 토대로 제도의 미비한 점에 대한 보완 또는 전면적인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기를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