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진핑 주석 체제가 공고해지면 질 수록 중국 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일시적으로 부진하더라도 중국식 경제 질서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뜻인지, 경제를 신경 쓰느라고 하는데도 이 정도인지, 경제가 심각한 것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지, 외부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중국이 대부분이 무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고 리오프닝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미국 경기 하강기에 세계 경제에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기대했던 효과는커녕 중국 경제의 부진은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국에서는 부동산 부문에서 불거진 금융 부문 불안에도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결국 중국 당국도 금리를 찔끔찔끔 인하하는 전통적인 대응보다는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이 들어가게 하는 '양적 완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이와 관련한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홍콩 주가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사진 출처: www.businesstimes.com.sg) |
연초부터 다시 추락 중인 중국 증시
- 끝 모를 중국 증시 추락이 올해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음. 연초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증시도 조정 중이지만 중국 증시 하락은 남다른 측면이 있음
- 미국 나스닥지수는 23년 연간 기준 약 43% 급등했지만 중국 증시는 수년간 하락 장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임. 그나마 상하이지수는 22~23년 2년 하락한 상황이지만 항셍지수와 H지수는 연간 기준 4년 연속 하락함.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로 나스닥지수가 3년간 하락한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홍콩 증시의 하락세는 이례적인 현상임
- 더욱이 올해들어서도 홍콩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강화 움직임과 더불어 재차 불거진 부동산 부채 리스크도 추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중임
- 부동산 개발 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자산관리업체인 중즈그룹이 파산절차에 들어감. 중즈그룹의 파산은 단순히 민영 자산관리회사의 파산이 아닌 부동산발 부채 위기의 금융시스템 전이 리스크 현실화로 해석될 수 있음. 중즈그룹 파산이 여타 자산관리회사의 추가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여지가 있음
중국판 양적완화가 필요해 보여
- 중화권 증시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쉽지 않음.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음. 시진핑 주석 3기 체제 본격화 이후 사회주의체제 혹은 국가자본주의 강화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는 생각임. 즉, 공동부유라는 기조 속에 부동산 및 증시는 중국 정부입장에서 더 이상 중요한 시장으로 간주되지 않는 분위기임. 특히 증시 하락과 자금이탈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 듯한 모습임. 이러한 기조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동반 침체 현상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부양 정책을 내 놓지 않는 이유로 판단됨
- 해소기미를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는 미-중 갈등 및 중국 경기 정상화 지연 그리고 미국 기준금리(5.5%)보다 높은 홍콩 기준금리(5.75%) 수준 등도 증시 장기 부진의 원인임. 따라서 중화권 증시 부진과 글로벌 자금의 중국 시장 이탈, 즉 차이나 런 현상간 악순환 현상은 심화될 여지도 있음
- 문제는 중화권 증시 불안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임. 중국 경제가 당장 또 다른 신용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중즈그룹 파산사태에서 보듯 금융기관의 연쇄부도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중국 경기 경착륙 리스크가 재차 커질 것임
- 미국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위기를 했듯이 중국 역시 중국판 양적완화의 필요성이 현실화되고 있음
중화권 증시 불안은 중국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에도 악재
- 중국 경제 불안 증폭은 국내 대중국 수출회복 지연은 물론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시장 이탈 현실화를 통해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임. 지난해 4분기 국내 대중화권 수출이 대홍콩 수출 회복을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초 중화권 금융시장 불안은 수출회복세에 당장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더욱이 예고된 부실이지만 상반기 도래하는 H지수 연계 ELS 손실 규모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음도 국내 금융시장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임
- 중국 인민은행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강화할 공산이 커짐. 다음주에 중기유동성지원 창구(MLF)와 기준금리를 각각 10bp 인하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완화적 통화 조치 시행이 예상되지만 과연 어느정도 효과를 미칠지는 미지수임
- 미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도 중요 이슈지만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입장에서는 중화권 증시와 중국 경기의 조기 정상화가 더욱 필요한 상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