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났다고 하지만 국토가 워낙 방대하고 섬이 많아서 공식 개표 결과는 최대 35일이 걸린다. 실제로 표본 개표 결과 야당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이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선거 기간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표본 개표 결과대로 야당이 승리할 경우를 가정한 선거 결과 평가와 향후 인도네시아 경제 및 경제정책 방향에 미칠 영향 등을 정리한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소개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8천만명에 육박하는 대국으로 명목 GDP는 세계 16위(PPP 달러 기준으로는 세계 7위)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나라다.
한국도 중국을 벗어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소득 수준이 여전히 낮은 만큼 인도네시아 국내 시장을 겨냥한 협력 노력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 부국인 인도네시아가 자원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평가] 야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계승으로 주요 아젠다의 연속적인 추진이 예상되며 연평균 5%대의 비교적 양호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 다만, 에너지 자립 등의 과정에서 배타적 공급망 체제가 강화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
□ (정책 연속성 기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자원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 수도 이전 계획(자카르타 → 누산타라), 인프라 공급 확대 등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주요 정책들이 정권교체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정치적 안정 유지에 도움
–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은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이전 두 번의 대선에서 위도도에 패한 경험이 있는 프라보워는 선거 캠페인 동안 위도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점을 지속 강조해 왔음
- 더욱이 프라보워는 야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해 위도도의 암묵적 지지를 유도
– 공식 개표 결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나, 표본 개표 결과에서 프라보워의 압도적 득표율은 선거 장기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 정책 연속성에 대한 기대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펀더멘털에 초점을 두게끔 만드는 요인(Morgan Stanley)
- 금융시장에서도 선거 결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반영. 프라보워가 승리를 선언한 직후인 2.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장중 7,354까지 오르며 전일 종가대비 2% 상승. 6월까지 동 지수가 7,75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Citi)
- 금년 달러 대비 루피아 환율도 15,400 수준(현 15,600 내외)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HSBC)
□ (5%대 성장 지속) 정책 연속성에 따른 불확실성 축소는 성장 전망에 긍정적으로 작용.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프라보워의 연평균 8% 성장 목표는 무리이나 기존 5%대 성장률 전망에는 크게 변화가 없는 분위기
– 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 경제는 GDP 중 가계소비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만큼 지속적인 소비 성장과 설비투자 증대 등에 힘입어 신흥국 평균(3.9%)을 크게 웃도는 성장률 달성 전망
- 주요신흥국 중 인도(6.2%), 베트남(6.1%), 필리핀(5.5%)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 예상
- 금년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는 OECD 5.2%, IMF 5.0%, WB 및 주요 IB 평균 4.9% 등 5% 내외로 전망하고 있으며 중기 전망치도 5%대 수준에서 형성
- GDP 성장률을 5%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년 백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 `09~19년까지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2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WB)
– `24.1월 인플레이션율은 2.6%로 중앙은행 목표 범위(3.0 ±1.0%) 내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있으며, 올 6월경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2.15일 정책금리6.0%)
- 인도네시아의 경제 펀더멘털과 강력한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45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 목표 달성이 꿈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Capital Economics)
–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대외수요 부진, 주요 외화 수입원인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은 성장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주요IB, GDP 대비 경상수지`23년 -0.2% → `24년 -0.8%)
-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간 450조루피아(290억달러) 규모의 무료 점심 제공 공약을 비롯한 각종 정부 지출과 함께 누산타라 수도 이전에 총 466조루피아(약 300억달러)가 투입되는 만큼 부채 누적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도 불안 요인
– 일각에서는 프라보워의 이력이 주로 국방·안보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기에 다소 불안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상존
- 현 정책 계승 방침에 따라 아직까지 경제 전망에 큰 변화는 없으나,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프라보워의 선거 공약 실행 여부 및 정책 추진을 지지할 의회 구성 여부 등에 주목할 것
□ (자원 민족주의 우려) 실용주의에 입각한 비동맹 외교 노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에너지·식품 등 자립경제 확립, 산업고도화(자원수출 → 고부가가치 완제품 생산)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만큼 배타적 공급망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
– 인도네시아는 천연자원 부국으로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코발트 2위 생산국. 또한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며 석탄과 보크사이트 수출은 2위
-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 여파 속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비롯해 코발트, 보크사이트 등 주요 금속과 팜유 등의 수출을 금지시켜 왔으며 인도네시아의 트럼프로 평가되는 프라보워 하에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될 소지
- 프라보워의 민족주의 성향이 對인도네시아 외국인 투자를 약화시킬 위험 잠재(Capital Economics)
– 한국의 경우, 인도네시아 무역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원자재(유연탄·천연가스 등) 수입이 주를 이루고 대규모 자동차 제조 공장 설립 등 현지 진출 및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향후 정책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
- 한국의 對인도네시아 수출액은 91억달러(전체 수출액의 1.4%)이며 수입액은 약 121억달러로 30억달러 무역적자를 기록 중(`23년 기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한국은 8위 수출 대상국<그림5>
- 한국의 對인도네시아 해외직접투자(ODI)는 `20~22년 연평균 15억달러를 상회하며 지난 10년간(`13~22년)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9.8%<그림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