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부문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기술 흐름 등 전방위적인 패권 경쟁 양상으로 확산한 가운데 세계의 생산기지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줄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생각과 많이 다르며 그 변화 양상도 생각보다 복잡해지는 등 중국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약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논의와 실상을 정리한 자료(『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역할 변화 및 영향』)가 국제금융센터에서 발간됐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사진 출처: fairobserver.com) |
[현황] 중국은 아세안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우회무역을 시도하면서 미국의 무역규제를 회피하는 한편 원자재, 중간재 등의 독점을 통해 자체 첨단공급망을 구축하면서 대응. 그 결과 중국의 실질적인 공급망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
□ (홍색공급망 확대) 중국은 아세안, 멕시코 등 제3국에 제조업 공장을 설립한 뒤 고부가가치 부품 등을 수출·조립함으로써 공급망을 더욱 넓혀가는 양상
- 미국의 대중 수입비중 하락 중 실제 수출다각화에 따른 효과는 약 30%에 불과. 나머지 70%는 중국이 △ 제 3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거나 △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제품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표기하여 수출 규제를 무력화한 결과(Gavekal Dragonomics)
- 특히 글로벌 기업 중 중국과 연관된 기업은 약 42%에 달하나 이 중 중국과 직접 연결된 기업은 10%에 불과. 나머지 기업들은 중국 공급업체와 3단계 이상을 거쳐 연결되어 있어 우회무역을 통한 규제회피가 용이(S&P)
-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중 아세안 비중은 `10년 6.4%에서 `22년 11.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멕시코에 대한 ODI 역시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생산기지 진출이 활발
- 업종별로도 제조업이 38%를 차지하여 도소매 15%, 임대업 11% 등을 크게 상회하여 해당국 내수시장보다는 생산기지 확보에 중점을 두는 모습
- 특히 `22년 중국의 對베트남, 멕시코 전자제품(HS 85코드) 수출비중은 `17년 대비 각각 6%p, 4%p씩 늘어났으며 수출 품목도 고부가가치 중간재 위주로 재편되는 추이
- 일례로 중국의 對베트남 수출 10대 품목 중 기계·장비, 전자부품 수출 비중은 `17년 대비 2%p, 8%p씩 늘어난 반면 저부가 섬유 제품 비중은 -3%p 하락. 화학, 철강 등에서도 단순 원료보다 가공제품 수출 비중이 늘어나는 추이가 뚜렷
□ (첨단공급망 형성) 중국은 자체 첨단제품을 생산할 뿐 아니라 주요 첨단 원자재 및 중간재 점유율도 높여가면서 미래산업에 대한 장악력 강화를 추진
- 중국의 GDP 대비 R&D 비중이 20년 이상 늘어난 가운데 `22년부터 IT 등 첨단투자 증가율도 일반 투자를 3배 가량 상회하는 등 생산이 고도화<그림5>
- 기존 AI, 5G 등 우위 산업 뿐 아니라 3개 신산업(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경쟁력을 높인 결과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해당부문 비중이 `19년 1.4%에서 `23년 6.3%로 급증
- 이외 중국은 `22년 29만개의 산업용 로봇을 신규 설치하면서 2위 일본(5만개), 3위 미국(4만개) 등을 크게 상회하며 첨단생산의 자동화를 추진
- 다만 반도체의 경우 아직 중국의 수요는 전세계의 24%에 달하는 반면 생산 점유율은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제조 부문이 취약하여 9%에 불과하는 등 약세가 여전(SIA)
- 중국은 리튬, 희토류 등 주요 50개 전략물자 중 30개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생산에서의 평균 점유율은 68%에 육박하여 이를 무기화(USGS)
- 작년 8월 반도체 핵심 소재인 게르마늄, 갈륨 수출 통제에 이어 12월에는 흑연 통제를 추가. 이외에도 원자재 가공기술까지 수출을 금지하는 등 규제대상을 다양화
- 특히 세계 중간재 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은 첨단부품 등을 중심으로 40%에 육박(IMD)하여 여타국 안보·자립에 위협적으로 작용할 소지
- 일례로 미국의 경우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 등을 고려한 실제 노출분은 표면적인 수입량의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자동차 4.3배, 기계 3.3배 등)<그림6>
[영향] 미국이 중국의 생산이전에 대응하여 첨단규제를 더욱 정교화하는 한편 진영 간 대립도 무역블록화 현상 등으로 심화되면서 아시아, 멕시코 등 여타국에 포괄적 피해를 미칠 가능성
□ (무역 위축) `22년 이후 미중 블록간 무역 감소폭(-4.9%p)이 블록 내 무역 감소폭(-1.1%p)을 크게 상회하여 진영간 대립에 따른 무역 분절화 현상이 점차 심화될 소지(IMF)
- 전체 무역 중 미중 진영 간 무역비중이 `09년래 최저치(24%)를 기록(CE). 반면 작년 중국의 對러시아 수출과 미국의 對EU 수출은 각각 46%, 7%씩 증가하여 전체 수출 증가율(중국 -5%, 미국 -2%)을 상회하는 등 연합 움직임이 뚜렷
- 반도체 등 첨단제품은 일반 제품 대비 생산공정이 복잡하고 참여하는 국가도 많아 향후 공급망이 고도화될수록 무역분절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
□ (공급망 훼손) 미중 갈등이 트럼프 재당선 등으로 심화될 경우 공급망 길이가 늘어나고 국가 간 투자는 위축되는 등 글로벌 생산 비효율성이 높아질 가능성
- 공급업체와 고객 간 거리는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우회생산 등으로 `21년 9.7에서 `23년 10.0으로 확대되면서 생산부문의 비효율성이 높아지는 양상(BIS)
- 특히 중국 공급업체와 미국 고객 간 공급망 거리는 9.2에서 10.1로 약 1단계 늘어나면서 미중갈등 요인이 막대함을 시사
- 향후 트럼프가 재당선될 경우 중국에 60% 고율 관세는 물론 기술 및 투자규제 등에도 나서면서 규제범위가 1기 집권 대비 더욱 넓어질 가능성(Bloomberg)
- 글로벌 규제가 3년 연속 늘어나는 가운데 `22년에는 투자 관련 규제(189건)가 전년비 10배 이상 늘어나면서 제재 범위가 무역에서 투자로 확산될 소지<그림7>
□ (물가 상승) 이미 수출물가가 10% 이상 높아진 멕시코에 니어쇼어링에 따른 주문이 몰리면서 공급측면의 병목 현상이 심화되는 동시에 주요국 수입물가도 상승할 가능성
- 작년 12월 중국 수출물가는 8% 하락(yoy)한 반면 아직 생산인프라가 미성숙한 멕시코의 수출 물가는 11% 이상 급등하여 탈중국화 가속화에 따른 물가상승이 우려<그림8>
-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아세안의 6배, 멕시코의 20배에 육박하여 생산을 대체하기 역부족. 특히 멕시코 등은 부패 및 운송 도난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도 상당
- 미국이 지난 5년간 중국의 수출품을 베트남, 멕시코 산으로 대체한 결과 베트남과 멕시코로부터의수입물가를각각10%, 3%씩높여미국의물가상승에일조(Harvard Business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