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저PBR 섹터/업종의 반격이 나왔다. 해당 정책은 저평가주들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소로 작용하며 가치주들의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 은행/지주사 등의 업종이 급 상승하면서 일정 부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부분을 해소시켰다. 이와 더불어 ESG 내 거버넌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도 개선이 되었다.
2차전지와 같은 신재생 테마주들의 누적 수익률은 급감하는 한편 거버넌스와 관련된 주식들이 급반등하며 환경과 지배 포트폴리오는 서로 엇갈린 성과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저PBR 주식들의 반격 현상도 하나의 '테마주'처럼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즉, 과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저PBR이라는 한 가지가 아니거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이른바 물적 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만든 다음, 그 자회사를 상장시켜 막대한 이익을 대주주가 누리는 문제를 많은 투자자들이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에서 '기업이익 더블카운팅' 이슈를 뜯어 보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는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보고서 링크는 맨 아래 공유한다.
(저PBR 주식 열풍이 일고 있다. 사진 출처: blog.naver.com/h3h2003) |
더블카운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
2021년 말 기준 한국의 복수상장비율은 8.5%로 주요 선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해 11월 에코프로의 2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등을 고려했을 때 그 비율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수상장비율의 상승이 지속되는 이유는 재벌구조의 경영주의와 순환출자 방식 때문이다.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더블카운팅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한다.
최근 7개년도 순이익에서 더블카운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2%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물적분할 건수는 증가했으며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충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더블카운팅 효과로 인해 KOSPI PER은 1.1배 정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익 중첩 효과를 고려하면 현재 KOSPI 예상 순이익에서 추가적으로 EPS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
섹터 및 업종별로 봤을 때 국내에서 화학, 자동차, IT가전의 더블카운팅 영향이 크다. 그룹사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전체 더블카운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4%로 절대적이고 그 다음은 현대차, SK, LG다(3개 그룹사 비중은 46.3%). 재벌주의 경영방식과 지배구조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선진국보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매력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수상장과 이익 중첩 효과
2021년 말 기준 한국의 복수상장비율은 8.5%로 주요 선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며, 현재는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수상장비율이 높은 까닭은 국내 상장사들의 순환출자 구조와 대그룹의 문어발식 경영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금융업보다 제조업의 복수상장비율이 높게 나오는데 이는 재벌주의 경영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의 복수상장비율은 현저히 낮다.
국내 상장사들의 복수상장으로 인한 이익 더블카운팅 규모는 2020년 8.7조원에 서 2022년 19.7조원으로 11조원 증가했다. 최근 7개년도의 추이를 보면 2019년에 더블카운팅 규모는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편, 2023년은 13.1조원으로 상승세가 주춤했다. 더블카운팅 규모는 KOSPI 실적과 정비례한다. 2023년은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 경기 수축 국면이 지속되며 KOSPI 연결 당기순이익이 124조원으로 2022년 171조원 대비 28% 감소했다.
국내 KOSPI 당기순이익 대비 더블카운팅 비율은 최근 7년간 10~12%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OSPI 더블카운팅 비율은 2019년 9.8%에서 2022년 12.6%로 상승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유동성 방출로 인한 KOSPI 순이익 증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적분할 건수가 2018~2019년 77건에서 2020~2021년 113건으로 46.8%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성장가치가 있는 자회사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복수상장은 더블카운팅 효과를 증대시키며 국내 증시 이익이 중첩되는 효과를 야기한다. 현재 KOSPI 순이익에서 더블카운팅 효과 제거시 PER은 1.1배 정도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복수상장으로 인한 이익 더블카운팅은 KOSPI 밸류에이션 부담 요인이다.
그룹사별 더블카운팅 효과
삼성그룹이 전체 더블카운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배력 확장을 위한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아직까지 삼성그룹에는 지주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8대 그룹사의 더블카운팅 규모 합산값은 13조원이다(2023년 기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순이익 평균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상회한다.
그 다음으로는 현대차, SK, LG순이다. 현대차, SK, LG의 이익 중첩 비중은 각각 23%, 13%, 10%다. 삼성, 현대차, SK, LG가 전체 더블카운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7%다. 국내 오너들이 존재하는 대형그룹사에서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이익 중첩과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의 대기업 위주의 지배구조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했고 복수상장 비율이 적은 선진국 대비 KOSPI PER과 PBR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경기호조와 반도체 사이클이 도래하기 전에는 지배구조로 인한 저평가 문제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 보고서 전문 보기: 저PBR주 성과 요인 분석 (ft. 한일 사례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