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1960년대 처음으로 특허권이 주어진 이후 산업용 로봇 사용은 그동안 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해 왔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과 함께 노동비용 상승, 그리고 노동력 증가세 둔화 등의 현상이 서로 맞물리면서 로봇 사용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게다가 가장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혁신이 일어나면서 로봇의 미래에 관한 기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각종 통계를 제공하는 Statista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꾸준히 확대해 지난 2020년 550억달러 수준에서 오는 2028년 165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하이투자증권에서 모두 251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Paradigm Shift, 기계를 넘어: 협동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라는 이 보고서는 로봇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는 하이투자증권이 2019년 "공장을 넘어 사람 곁으로", 그리고 2022년 "로봇이 선사한 무인화 혁명" 보고서를 통해 로봇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고, 전통 산업용 로봇과 함께 협동 로봇 시장의 확대를 주장했으며,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진정한 로봇의 등장을 예상했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글로벌 산업용 로봇 보급률은 상승했으며, Tesla의 Optimus 등 휴머노이드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본 블로그에서는 방대한 보고서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 없어서 요약 부분을 소개하고 보고서 전체를 구할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한다. 저자와 하이투자증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국내 로보틱스 산업
지난 2023년을 돌이켜보면, 가히 국내 로보틱스 시장 개화의 원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 소식이 연초부터 들려왔으며, 두산로보틱스가 화려하게 자본시장에 데뷔했다. 이에 힘 입어 오랜시간 침체를 겪어온 국내 로보틱스 업종 또한 반등에 성공했으며, 다수의 국내 로보틱스 업체들은 업종 밸류에이션이 상승함에 따라 상장 절차를 준비중에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내 로보틱스 산업은 수익성, 그리고 글로벌 시장 경쟁을 선도할 경쟁력 등을 증명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당사는 금번 자료를 통해 국내 로보틱스 산업의 미래 수익성과 경쟁력을 고민해봤으며,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등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로보틱스 산업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또한 짚어보았다.
협동로봇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가장 두각을 보여줄 분야
국내 로보틱스 업체들이 가장 먼저 두각을 보여줄 곳은 바로 협동 로봇 시장이다. 산업용 로봇은 협동 로봇과 전통 산업용 로봇이라는 구분할 수 있다. 전통 산업용 로봇 시장은 일본 3사로 불리우는 FANUC, Yaskawa Electric, Kawasaki Heavy Industry 등을 포함한 일부 업체의 과점 상태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면 협동로봇 시장은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 국내 업체를 포함한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Universal Robots의 시장 해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는 등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 산업용 로봇 시장은 중국이 전체 수요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제조 2025 등을 통한 저가형 중국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 업체의 경쟁 강도가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이와 달리, 협동 로봇 시장은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협동 로봇 수요의 50% 이상을 구성하고 있으며, 시장 침투율이 약 5%에 불과하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북미 및 유럽 지역의 협동 로봇 판매 채널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50% 이상의 북미/유럽 매출 비중을 보여주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를 협동 로봇 제조 업체 Top Pick으로 제시한다.
로보틱스 산업의 Value Chain은 자동차 산업과 많이 닮아 있다
로보틱스 산업 Value Chain은 자동차 산업과 상당히 많이 닮아있다. 완제품 조립 업체가 여러 Vendor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 후 이를 소비자에게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구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터, 엔코더, 감속기 등이 산업용 로봇에 있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데, 이와 같은 핵심 부품 국내 생태계가 부재하다는 점은 국내 로보틱스 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산업용 로봇의 제어를 담당하는 정밀 감속기의 경우, 일본의 Harmonic Drvie Systems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 해자를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2019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제외함에 따라 시작된 핵심 소부장 국산화 정책을 기점으로, 에스피지, 에스비비테크 등과 같은 국내 기계 업체들이 국산 정밀 감속기 개발에 속속 성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넓은 감속기 라인업과 실제 공급 레퍼런스를 가지는 에스피지를 부품 업체 Top Pick으로 제시한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결합은 공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레거시 업체의 도태가 아니라, 시장확대의 낙수효과를 빅테크 업체 그리고 기존 완제품 조립 업체가 함께 향유하는 공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 산업용 로봇 업체들은 Vision 데이터 학습, 작업 동작 OTA(Over The Air) 등에 있어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발 맞춰 nVIDIA, Google 등과 같은 빅테크 업체들은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모방학습 등을 통해 ‘인공지능 로보틱스 방법론’을 정립하고 있다.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속도와 양산 로드맵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결합의 최종 종착지는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Tesla, Figure 01, Agility Robotics 등 여러 휴머노이드 업체는 양산을 염두에 둔 자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가 단위의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력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이 단연 앞서있으나, 역시 중국의 추격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업체 UBITEC은 지난 2023년 12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됨과 동시에 전기차 공정에서 사람의 작업을 대체하는 영상까지 시연했다.
Xiaomi의 CyberOne도 대표적인 중국의 휴머노이드 제품이며, Unitree Robotics나 Dreame 등과 같이 기존 상용 로봇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차세대 휴머노이드 제품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이 약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자체 LLM을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도 있겠지만, 정부의 강한 육성 정책 또한 한 몫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혁신 발전 지도 의견이 대표적이며,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2027년에는 휴머노이드 개발 역량, 공급망 등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HUBO라는 걸출한 휴머노이드가 있음에도, 좀처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 1.0 등의 여러 국가 육성 정책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업체들에게 역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판단
하지만 국내 업체들에게도 대역전의 찬스가 찾아올 것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나, 양산을 위한 핵심 부품 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액츄에이터, 감속기의 가공에 필수적인 고정밀 공작기계의 수급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공급망 분리 정책에 따라 고정밀 공작기계 수출 규제 또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는 한-미-일 공급망 공유라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직은 휴머노이드 로봇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며, 즉 국내 업체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 비즈니스 모델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여러 조사기관들은 일반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시장이 제조 공정용 휴머노이드 시장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휴머노이드에게 요구하는 작업 동작이 다양해짐을 의미하고, 결국 하드웨어 구매 후, 소프트웨어 구독이라는 휴머노이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