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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떨어지지 않는 달러/원 환율과 한국은행 통화정책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Korea Herald에 기고한 칼럼을 소개한다.

종가 기준 월 평균 달러/원 환율은 2020년 후반 119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급등해 2022년 후반에는 142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런 수준은 지난 2008/09 미국발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것이었다. 당시에 국내적으로는 춘천 레고랜드의 PF 대출 부도 우려가 증폭됐던 시기였다.

국내적으로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동기가 가세한 스캔들로 여겨졌으나, 국제적으로는 한국 부동산 시장 문제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후 부동산 PF 대출 부실 문제는 수면 위로 떠 올라 지금까지 단일 이슈로는 최대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어느정도 가신 현재에도 환율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

환율은 2008/09 금융위기 이후 1050~1250원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최근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는 1250~1350원 사이에서 머물고 있다. 이런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서 두 가지 논점을 살펴 보고자 한다. 첫째, 환율이 안 내려오고 있는 사정, 그리고 둘째, 높은 환율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주는 시사점 등이다.


첫째, 환율은 왜 안 내려올까? 가장 큰 요인은 끝날 줄 모르는 미국 달러의 초강세 현상이다. 197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에도 식을 줄 모르는 미국 경제 덕분에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미국 경제는 초긴축 정책 여파로 곧 침체에 빠질 것이며, 연방준비제도는 이르면 올해 초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국 경제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소한 고용시장과 기업 이익은 뚜렷하게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또 다양한 요소가 있겠으나 중국과의 패권 경쟁 과정에서 미국이 기술 부문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온쇼어링 및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시행하면서 미국 내 경기가 꺾이지 않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한편, 한국 국내 사정도 환율 하락을 더디게 하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 등 공⸱사적 연금 잔고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 우월한 미국 시장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도 미국 자본시장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수출이 회복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일단, 과거보다는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국내로 덜 들여온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앞에 소개한 미국의 정책 변화 등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연이어 미국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기에 수출로 조달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미국 투자에 사용하거나 미래 투자를 위해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불확실한 한국 경제 전망도 환율 하락에 방해가 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정부 수립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 성장률이 회복된다고 해도 2% 내외에 그칠 전망이어서 성장 둔화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성은 이미 추가 개선이 더뎌질 만큼 높아진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정치 상황은 한국 경제의 중기적인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 속에 출범한 정부는 약속한 개혁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등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 이후의 정국도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둘째 논점은 이런 환율 추세가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주는 시사점에 관한 것이다. 앞에서는 명목 환율에 관해 주로 논의했다. 그렇다면, 국제적인 상대 가치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원화는 과연 명목 환율처럼 국제적으로도 취약해져 있는 것일까? 

이에 관해서는 실질실효환율(REER) 통계를 참고해 살펴 보고자 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가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직전인 2019년 12월 수준과 비교해 지금까지 4.0% 떨어졌다. 하락은 맞지만 중국 위안 가치가 4.8% 떨어졌고 일본 엔 가치가 28.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더우기, 달러의 실질실효환율 가치가 이 기간에 10.2% 상승한 것에 비춰보면 원화 가치 하락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보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불안 요인이 없다면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 현상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연구 결과 확인됐다. 금리 차이가 자본 이동에 영향을 전혀 안 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직접적이고 기계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

한국 경제 자체의 동력 약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앞에 언급했지만, 부동산 PF 대출 문제를 제외한다면 현재 환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은 크지 않다. 따라서, 한-미 금리차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는 각국이 통화정책을 과거보다는 국내 요인에 맞게 운용할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경기 요인만 보면 내수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고 고용은 고령자 및 단기 근로자 위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직적인 국내 고용 관행 때문에 고용 지표는 웬만한 위기 때가 아니면 실물 경제 상황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면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은 어느 때보다 국내 요인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Korea Herald 칼럼 전문 보기: Won weakness outlasting foreca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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