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몸소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 그 사안에 대해 자신이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물론, 어떤 사안에 있어서 이런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안에 있어서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아무리 내 손으로 만져봤어도, 아무리 내가 직장생활하면서 매일 신문에서 봤어도, 아무리 여행가려고 달러 환전을 해봤어도, 모두가 환율의 원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예전에 한때 학교에서 환율에 관한 이론을 배웠거나 경제 이론을 배웠더라도, 이후에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왔고, 그런 변화된 내용을 충실하게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학교에서 배웠다는 사실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 금리차 때문에 자본이 유출되고 그렇다면 환율은 더 오른다는 논리는 최소한 현재는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현대경제연구원에서 『환율 안정은 한미 경제성장률 격차 축소가 해법이다 - 원/달러 균형환율의 추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보고서가 주장하듯이, 때에 따라서는 금리를 내려서라도 환율 상승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옳은 정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글 맨 아래 보고서를 구할 수 있는 링크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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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bok.or.kr) |
■ 원/달러 균형환율 추정
① 개념과 추정 방법
균형환율이란 현재의 경제 수준 하에서 적정한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환율로서, 행태균형환율(BEER) 방법론을 통해 주요 경제변수와 균형환율 간의 관계를 추정한 후 균형환율 수준을 도출하였다.
(개념) 균형환율이란 현재의 경제 수준 하에서 적정한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환율로서,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기초 경제 여건을 반영하여 대외부문과 대내부문의 균형을 달성하는 수준의 환율을 의미한다.
(추정 방법) 본 분석에서는 행태균형환율(Behavioral Equilibrium Exchange Rate, BEER) 방법론을 이용하여 원/달러 균형환율을 추정하였다.
(추정 과정) 본 분석에서는 주요 경제변수의 안정성과 공적분 관계를 확인 후 오차수정모형을 통해 장기 균형관계에서 추정된 파라미터값과 주요 경제변수를 활용해 균형환율 수준을 도출하였다.
② 추정 결과
균형환율을 추정한 결과 2024년 12월 균형환율은 1,351원으로 실제 12월 원/달러 평균환율 1,437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었으며, 괴리율은 약 6% 수준으로 현재 원화가 저평가 구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태균형환율을 추정한 결과 2021년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균형환율 수준을 상회(원화 저평가 상황)하고 있으며, 2024년 12월 균형환율은 1,351원으로 실제 12월 원/달러 평균환율 1,437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행태균형환율을 바탕으로 실제 원/달러 환율과의 괴리율을 계산해 본 결과,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와 폭이 확대되면서 2024년 12월 기준 대략 6% 저평가되어 있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균형환율보다 높은 수준(원화 저평가 구간)에 있어 현재 수준에서 향후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미-중 무역갈등 및 글로벌 관세전쟁 등으로 인해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외생적 충격으로 인해 실제 원/달러 환율이 균형환율 수준에서 이탈했을 경우 상당한 시간(대략 평균 24~30개월)에 걸쳐 균형환율 수준으로 회귀하므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갈등 및 글로벌 관세전쟁, 미국 디스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인하 지연 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한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균형환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점도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며, 그럴 경우 1,400원대의 환율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시사점
원화의 과도한 저평가 국면을 해소하고 시장 변동성이 기업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첫째, 최근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이 한·미 금리 역전이 아니라, 한·미 경제성장률 역전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금리 인하를 통해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향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미-중 무역갈등 및 글로벌 관세전쟁, 미국 금리인하 지연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과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필요시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이 요구된다.
셋째, 추세적인 균형환율 상승 및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으로 국내 물가 상승 및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및 환율 상승에 영향을 받기 쉬운 수출입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확충 및 기업들의 자체적인 환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