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와 경제정책,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30여 년간 기사를 써 왔지만, 작년부터는 새 회사에서 한국의 인공지능(AI) 정책을 깊이 있게 취재해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보도하는 일을 맡게 됐다. 닥치는 대로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아는 만큼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인터뷰했고, 하정우 당시 네이버 Future AI Center 센터장(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인터뷰하는 행운도 있었다.
국내외에서 출간된 AI 관련 서적과 주요 국제기구의 보고서를 읽으며 흐름을 이해해 갔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책을 고르는 일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다. 모 장관이 며칠 만에 ‘AI’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뚝딱 써냈다는 말도 들리고, 실제로 아무 말이나 모아놓은 듯한 책도 있어 신뢰할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강원도민일보가 ‘AI가 지역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기획하며, AI를 밀착 취재하는 기자로 다른 사람이 소개한 나를 초청해 주었다. 대담 상대를 찾고 있던 담당 기자에게 국내 AI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추천했고, 그렇게 대담이 성사됐다.
대담을 마친 뒤, 담당 기자가 한상기 대표와 하정우 전 센터장이 공동 집필한 책을 여러 권 구매해 내게도 건네주었다. 이미 한 번 인터뷰했고, 현재 한국의 AI 정책을 총괄하는 하정우 전 센터장이 저술한 책이기에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용이 알차고, 한국이 AI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나아가게 될지 통찰을 제공하는 부분이 많아 많은 도움이 됐다.
소개할 책은 바로 「AI 전쟁 2.0 — AI 세계 전쟁의 실체와 대한민국의 전략 카드」다. 이 책은 AI의 장단점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책도 아니고, 기술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 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AI 정책의 배경과 방향을 이해하고 앞으로 다가올 정책 변화를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저자들은 지금 전 세계가 AI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이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특히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인재 양성, 범용 인공지능(AGI) 확보 같은 분야에서 전략적 선택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현재 글로벌 AI 기술 수준과 다가올 AGI 시대를 분석하며, 범용 AI를 확보한 국가는 핵무기 보유국 이상의 영향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소버린 AI 전략’은 한국이 단순한 기술 수입국을 넘어 자립적이며 주도적인 AI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한국어에 최적화된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 민관 협력 기반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체계적인 AI 전문 인재 양성 등이 핵심 축이다.
이 책의 장점은 기술 개발이나 산업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AI가 가져올 사회·경제·안보 변화까지 폭넓게 조망한다는 점이다. 결국 저자들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AI 이후의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제도적·정책적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AI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 단순한 기술적 편의성보다 더 깊은 구조적 변화를 고민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AI 시대에 한국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장기적 관점에서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AI는 이미 하나의 산업 영역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AI 전쟁 2.0」은 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생각의 출발점이 되어 줄 만한 책이다.
《책 정보》
- 제목: AI 전쟁 2.0 - AI 세계 전쟁의 실체와 대한민국의 전략 카드
- 저자: 하정우, 한상기
- 출판: 한빛비즈
- 발행: 2025.06.30.
- 쪽수/무게/크기: 380쪽666g151*214*28mm
- ISBN: 97911578481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