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많이 떨어져 고민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수수료 인상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또 그에 대한 개선 방안을 금융회사와 함께 고민한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이 가지만 감독기관장이 자청해서 금융회사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최 원장은 출입기자 간사단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기반이다"며 "우선 원가분석을 통해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적정한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난 데 이어 2분기에도 반토막이 확실시 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비율이 9대1 수준인데 이는 외국의 6대4 혹은 5대5 수준과 비교해 차이가 많다고 소개했다.
금융위기 혹은 경제위기가 닥치면 대규모 금융부실이 발생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대규모 부실을 떠안게 되는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부 금융회사를 국유화하는 수가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는 스스로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양한 자구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영리조직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홈페이지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ㆍ감독업무 등의 수행을 통하여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서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회사의 업무는 예금자, 투자자, 금융수요자, 그리고 국민경제에 모두 관련된다. 아무리 건전성 강화를 위한 수익성 보완 방안이라고 하지만 금융회사 스스로 다양한 개선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타당하다.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올릴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더구나 저소득층의 경우 그 부담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적 영역인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자발적으로 너무 깊숙이 개입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금융회사가 일반 제조업체와는 다른 측면이 있으며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는 국가경제 전반에 중요하다는 것 쯤은 필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수익성 악화가 반드시 수수료 탓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금융회사는 한국에서 가장 보수가 높고 조직도 큰 편이다. 이런 면에서 과연 금융회사는 수수료 인상 외에 수익성을 개선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감독기관이 이렇게 단기적인 영업 부문까지 깊숙이 개입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한 금융회사의 자생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며 투자자들도 투자를 꺼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규모가 작다는 이유 때문인지, 또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극도로 저하된 것이 내수산업 침체 이외에 다른 사연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