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기업(금융기업 제외) 부채는 2009년 GDP의 31.6%에서 2012년 38.7%까지 증가했으며 총액 기준으로는 이 기간 중 46.4% 늘었다. 최종 부채 수준은 GDP의 35.0%에 이르는 한국 정부 부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공기업 부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3%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한국전력(KEPCO)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8-2009 세계경제위기 동안 총수요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을 활용했다. 공기업 부채가 이렇게 크게 는 것은 이들 기업이 국내 경제 및 사회간접자본 부문에 투자를 늘린 것과 KEPCO,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이 해외 천연자원 확보에 투자를 늘린 것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LH공사가 저가의 주거를 공급하는 등 공기업의 공공재 제공이 "사회적 공감대" 증진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부채 증가의 또 한 가지 원인은 정부가 KEPCO 및 가스공사의 요금 인상을 미룬 것이다. 이것은 정부로서는 당시에 높은 국제 유가 및 가스 가격의 부담이 국내 가계 및 기업 이익에 전가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취한 준재정적 부양조치였다.
공기업이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자를 늘렸다는 사실은 2009년과 2012년 사이에 이들의 총자산이 24.6% 증가한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부채가 더 빨리 늘어 공기업들의 순자산은 큰 폭은 아니지만 2009년 250조 원(GDP대비 23.4%)에서 2012년 237.8조 원(GDP의 18.7%)로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략적 공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당사는 이 발언에 포함되는 기업이 전국적 사업을 하는 대규모 공기업들일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당사가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10개 공기업 대부분은 전국적 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당사는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판단한다. 더우기 기획재정부는 공기업이 손실을 입었을 때 정부가 지원하도록 법률에도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공기업은 우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구노력을 할 의무가 있다. 이 절차는 지난 해 수립되고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감독하도록 되어 있는 공기업 재무구조 관리 중기 계획에 의해 강화되었다.
공기업들이 공공정책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과 정부 및 국회의 공동 감독권이 이들에 미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당사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채가 정부의 우발채무부담에 포함된다고 판단한다. 이들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지 못하거나 부채 억제에 실패할 경우 공기업 부채는 재정으로 보전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양호한 중기 경제전망 하에 그럴 위험은 낮지만 향후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위험은 증대될 것이다. 이를 감안해 당사는 "재정 강도" 항목의 평가를 소폭 하향조정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최종 평가는 "매우 높음"을 유지한다.
당사가 등급을 부여한 공기업들(GRI)의 재무상황은 2008년 이후 급격히 악화됐지만 당사는 10대 공기업의 최근 재무상황이 안정된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당사는 이들의 재무상황이 향후 1-2년 동안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명목 GDP 증가율보다 빠르게 증가하거나 공기업 재무 상황이 정부의 상당한 지원을 요구할 정도로 급속히 악화될 경우 당사는 이 항목에 대한 평가를 추가로 하향조정할 것이다.
지난 10월 초 정부는 2013-2017 중장기 공공기관 재무관리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계획을 수립한 목적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정부 재정에 우발적 부담 발생을 방지하는 한편 "선 자구노력 후 공적지원"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계획의 핵심 목표는 공기업들이 자체 수익으로 부채 상환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신규 채권 발행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신규 채권 발행시 주무장관의 승인을 의무화할 것이다. 공공요금이 주수입원인 기업의 경우 장기 생산원가를 충당할 수 있도록 GDP 디플레이터에 연동해 공공요금의 점진적 조정을 시행할 것이다.
이번 계획은 공기업들의 부채비율 및 부채상환부담을 5년내 감축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당사가 동일한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 가운데 한국의 공기업은 부채비율 면에서 가장 높은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부채를 최근 수립한 중기 계획에 맞춰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은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한국의 Aa3 국가신용등급에 합당하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