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월24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달러/원 환율이 역외 세력들에 다시 한번 큰 보폭을 그리고 있다.
새해 첫 금통위를 앞두고 역외들의 과격한 행보에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이후 역외 주도의 환율 움직임이 또다시 나타났다.
금리 인하설에 기댄 역외들의 달러 매집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그들이 다시 제동을 걸기 시작한 시기는 바로 이번주초부터였다.
1060원을 중심으로 역외들의 저가 매수가 지속되더니 21일 서울거래 마감 이후부터 이들의 달러/원 매수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됐고 결국 역외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1070원대로 급등했다.
이같은 흐름은 전장에서 더욱 본격화됐고 이에 결국 달러/원은 108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게 됐다.
▲ 역외들의 매수 배경..
큰 그림에서 먼저 접근하자면 다음주에 있을 美FOMC 회의에서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따른 미달러 강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머징통화에 대한 미달러의 강세다.
작년 한해동안 원화는 테이퍼링 재료를 소화하면서 달러대비 약세를 경험했지만 결국 차별화 과정을 겪으면서 이같은 영향력에서 한발 비켜나있었다.
하지만 이번해 들어서면서 원화 절상에 대한 추가적인 모멘텀이 부각되지 못한 결과 원화는 재차 이머징통화로 분류되며 이들과의 동조화의 흐름이 부각되고 있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작년에는 이머징 통화 내의 차별화 및 선별화 과정이 부각됐다면 올해초에는 달러대비 이머징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데 원화 역시 동조되는 것 같다"며 "한국 내 펀더멘털상의 큰 변화는 없지만 한국내 자산에 대한 메릿도 별달리 부각되고 있지 않고 이에 대한 인플로우도 잠잠하다"며 이전과 같은 원화의 절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원화 절상 기대감에 대한 조정작업이 수반된게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대내외 시장 여건을 감안해 원화 추가 절상에 대한 역외의 숏포지션이 언와인딩 됐을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역내에서도 아래쪽으로 향해있던 포지션 역시 급하게 정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원 환율이 워낙 1050원대에 오래 머물러있었기에 상승에 대한 여력도 오히려 컸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테이퍼링이라는 이슈에 둔화된 흐름을 보였던 원화가 달러/원에 있어 상승 우호적인 중국 재료와 맞물리면서 그 움직임이 더 확대된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D은행의 외환딜러는 "금주들어 달러대비 원화의 약세가 돋보였다. 그동안 테이퍼링 이슈가 반영되지 않았던 통화가 원화였는데 중국 내 은행 디폴트 가능성 등의 루머성 재료가 있었던 상황에서 위안화도 조금씩 반응했다"며 "위안화 강세와 함께 움직임이 제한됐던 원화가 결국 반응하다보니 역외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간밤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에 이머징 통화의 반응폭이 급격했고 안전자산이 채권과 안전통화에 자금이 몰린 상황이 서울 환시 내에도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분위기다.
▲ 보수적인 숏 대응?
한국 자산에 대한 자금 유출입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달러/원에 대한 급격한 추세 전환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계절적으로 역내 달러 공급 매물이 줄어드는 시기지만 여전히 달러 공급우위의 수급여건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달러/원에 대한 단기 저항선이 차례로 상향돌파된 상황에서 과감한 고점 매도 대응은 지금으로써는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E은행의 외환딜러는 "전일 역외의 거래 형태상 철저한 저점 매수인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볼 때 이를 의미있게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며 "최근 네고물량 강도가 기대수준 이하였던 점 등을 감안해도 수급에 기댄 과감한 달러 숏전략은 이제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의 딜러는 "큰 흐름이 잡히지 않는 현 시점에서 적극적인 롱 포지션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숏에 있어서도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6개월간 달러/원 및 달러인덱스 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