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8

(斷想) 한국 언론은 급팽창했는데 갈등과 부패는 줄지 않는 이유

(※ 이 글은 개인 생각이며 글쓴이의 소속 회사와 관계 없음)

국어사전에는 언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주요 단어를 규정하고 있다.
● 언론 =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
● 언론사 = 언론을 담당하는 회사
● 언론기관 =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현상에 관한 뉴스와 정보를 취재하여 기사로 작성하고, 때로는 의견을 첨가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 공적 기관
● 언론인 = 신문, 방송, 통신, 잡지 따위의 언론 기관에 관계하여 언론으로써 업(業)을 삼는 사람
한국은 경제력이나 국민 전체적인 지식의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정도의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제도적 규제 완화와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언론사 및 언론인의 수는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증가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투명성이나 구성원간의 소통은 크게 나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호불신이 커지고 갈등은 조절되지 못하고 있다. 

독자들의 수준은 높아지고 언론사 사이의 경쟁은 격화됐는데 사회의 투명성과 구성원간의 소통 개선이라는 당연해 보이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꽤 오래 고민하고 있다. 그러던 중 "호도(糊塗)하다"라는 단어를 접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린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떠한 사건이나 소식을 그릇되게 전하여 알려 준다"는 뜻의 "오보(誤報)한다"는 것과 차원을 달리하는 행위다. 아니, 넓게 보면 작위적인 오보를 포함하는 아주 나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인들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만큼 오보가 반복되고 또 아무 댓가도 치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착각에서 오는 오보가 아니라 작위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교한 왜곡된 기사로 진실을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떤 기사가 진실을 호도하면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면 이해가 쉽다. 학교 내에서 선후배 사이에 폭력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잘못됐지만 널리 퍼진 관습 정도로 묘사하는 기사가 있다. 마치 형사범죄인 폭력행위와는 다른 어떤 행위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호도는 덧칠을 하거나 진흙으로 덮어 바른다, 혹은 진흙탕처럼 이것 저것 섞어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뜻이다. 심각한 형사범죄인 폭력행위를 널리 퍼져 있는 습관인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아무리 보아도 기사에 등장하는 행위는 범죄행위다. 왜 심각한 폭력행위를 어떤 경우에는 폭력행위로 보도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 습관 정도로 묘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언론사가 자의적인 잣대로 강조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호도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물론 아무 것도 아닌 내용을 대단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중대한 호도 행위다. 호도는 오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오보와 호도 행위가 만연하면 진실된 보도가 폄훼되거나 의심받고 최소한 묻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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