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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왜 우리는 환율에 그토록 민감할까?

(※ 사견임. 그냥 가볍게 쓴 글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바란다.)

환율은 한국에서 그 어느 시장지표 못지 않게 뜨거운 관심을 끈다. 일반 국민들까지 원화 환율은 물론 주변국 및 주요국 환율 움직임에까지 이토록 높은 관심을 갖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 이토록 한국에서는 환율에 관심이 높을까? 한국인들이 외국여행을 다른 나라보다 빈번하게 하는 것을 아닐 것이다. 쉽게 생각해 두 가지 측면을 들 수 있겠다.

첫째는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은 국가부채나 가계부채, 그리고 노동시장이나 제조업 성장성 등 표면적으로는 두려울 것 없는 성장을 이룩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이 몇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까지 사람들은 과연 그런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아시안게임은 물론 2년 뒤 올림픽까지 잘 마쳤다. 국민들의 사기는 치솟았고 축제는 계속될 것 같았다. 실례로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1986년 241만원 남짓에서 10년 만에 1,052만원으로 4.4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물가지수는 1.8배 올랐으니 이를 감안해도 경이적인 성장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기가 닥쳤고 환율은 두달 새 2배로 올랐다. 이 때부터 환율이라는 지표는 모든 사람들에게 초미의 관심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환율이 수출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시대를 오래 겪으면서 수출의 중요성을 거의 절대시하는 측면까지 있다. 원화가 절하되면 수출이 잘되고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은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언론은 원화가 절하될 때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원화가 조금 가파르게 절상되면 "비상"이나 "위기" 혹은 그보다 점잖게는 "빨간불"을 언급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환율이 절상되면 절상되는 대로, 또 절하되면 절하되는 대로 경제에 각각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환율의 움직임은 평상시에는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말로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환율 변화 하나 때문에 "위기"가 오거나 "비상"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3일간 모두 3.4% 떨어뜨리는 평가절하를 단행해 온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기사 제목만 보면 뭔가 큰일이 당장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설명하듯 위안화 평가절하가 완만하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생각보다 큰 일은 아닐 수 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1년 반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는 20%나 올랐다.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해진 것이다. 이를 시정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의 목적이다.

명목환율로 보면 원화의 위안화 대비 상대 가치는 2008년 1월 이후 2009년 초까지 1년 여만에 40%나 하락했다가 이후 회복됐지만 지금까지 2008년 초와 비교해 70~80% 수준에서 움직였다. 따라서 어느 정도 조정의 여지는 아직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도 제한적이지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원화의 엔화 대비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물론 위안화 가치에 대한 중국 당국의 예상치 못한 조치는 일단 국제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 긍정적 영향은 얼마나 되며 부정적 영향은 얼마나 될지 파악하기는 이르다. 조금 더 차분한 대응과 차분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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