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이 오늘도 위안화 절하를 했는데, 위안화 가치를 얼마나 떨어뜨린건가?
=> 중국 중앙은행은 아침마다 당일 거래의 기준이 되는 환율을 설정한다. 오늘 이 기준환율은 달러당 6.3306으로 설정됐는데, 이는 어제 기준환율보다는 위안화 기준으로 1.6% 절하된 것이며 어제 거래 마감 환율보다는 0.1% 절하된 것이다. 어제도 기준환율은 전날 기준환율보다 1.8% 절하된 수준에서 설정돼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2. 기준환율이 무엇이고 왜 정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달러/원 환율이 얼마에 거래를 시작하는지 간밤 세계 시장 상황을 반영해 트레이더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거래를 한다. 반면 중국은 매일 아침 기준환율을 중앙은행이 설정해 발표한다. 그 이유는 중국은 하루 중 환율이 움직일 수 있는 상한가 및 하한가가 기준환율로부터 2% 정도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전날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간밤 벌어지는 동향도 반영하기 힘들고 또 전날 장중 움직임도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 당국이 기준환율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1997/8 외환위기 전에는 시장평균환율이라는 기준환율을 정하고 상하한가를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한 바 있다.
3. 중국 정부가 지금껏 쓰지 않았던 위안화 절하 조치를 단행한 이유는?
=> 이번 조치를 보통 평가절하라고 부른다. 한 나라의 통화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절하라고 하고 당국이 통화의 가치를 일정 시점에 큰 폭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평가절하라고 한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 위안화는 지난 2012년 9월 말부터2013년 말까지 달러에 비해 줄곧 절상 추세를 유지했고 모두3.7% 절상된 뒤 지금껏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 경제 상황은 서서히 악화됐고 수출도 악화됐다. 게다가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가치는 꾸준히 올라갔다. 따라서 중국 당국으로서는 이런 누적된 위안화 절하 압력을 일거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중국은 그동안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투자와 차입에 의한 성장을 시정하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성장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다른 경쟁국 통화는 약화되고 있어서 중국 경제 전체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3. 당장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데, 외신들 반응은?
=> 외신들은 일단 최대한 중국 당국의 발표 내용을 정확히 보도하면서 시장 반응을 이코노미스트보다는 실제 투자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보도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면서 통화전쟁이라든지 하는 자극적 용어는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그리고 처한 상황에 따라, 그리고 국가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일방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서로 다른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을 때는 이를 그대로 보도하기는 한다. 그런 가운데 독자나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4. 특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음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조치인데, 위안화 환율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오랜 분쟁거리이기도 하지 않았나?
=> 미국은 행정부가 의회에 대해 세계 주요국의 통상정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책무가 있고 실제로 교역상대국의 특정 정책이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는 경우 어떻게 이를 시정할 것인지 의회 내에서 설명해야 하는 압력이 거세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주요국 환율정책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실례로 재무부는 연2회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거기에서 공식적으로 특정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결정하면 그에 따른 정책적 대응에 나서게 된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원화가 저평가 돼 있으니 시장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을 계속 하고 있다. 즉, 중국과 미국 사이에 위안화 환율과 관련된 갈등은 최근에는 누그러지고 있던 상황이다. 또한 IMF는 공식적으로 중국의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의회 내에서는 일부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5. 이번 조치가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나? (방송 안됨)
=> 이번 조치 그 자체보다는 그 결과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동요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즉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시기를 다소 연기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견해가 대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중국 당국이 이 정도의 평가절하 추세를 오래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그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도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연준은 전통적으로 자국 금리정책을 시행할 때 미국 경기 상황에 집중하는 한편 국제금융시장의 일시적이고 예측가능한 움직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을 보여 왔다. 물론 시장 동요가 지속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까지 악화되면 당연히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고, 그런 수준이 되면 미국 연준도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 과연 환율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중국이 수출 회복을 통해 상승할 수 있을까?
=> 최근 어느 나라든지 수출이 좋은 나라는 없다. 그것은 세계 교역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라고 하는 디플레이션 타개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대대적 양적완화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그에 따라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이것은 일본이 수출실적을 엔화 기준으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물량 기준이나 기타 세계적 통계를 보면 일본 수출은 여전히 세계적 추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미치는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다. 따라서 환율 변화로 수출에 단기적인 영향을 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환율 수준은 장기적으로 각국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자국 화폐로 환전했을 때 이익 규모에는 영향을 크게 미친다. 그리고 물론 통화 가치 하락은 수출업체들에게는 분명 호재임에는 틀림 없다.
7. 우리 경제에 어떻게 작용할까?
=> 중국 수출이 회복되고 중국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면 한국 수출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비교적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중국 내 수입수요가 억제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는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인들의 해외관광 및 해외 소비도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호텔이나 관광산업 그리고 화장품 등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업종에서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원화 가치도 위안화 가치만큼은 아니지만 큰 폭으로 동반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엔화 가치는 위안화를 따라 크게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원화의 엔화 대비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이다.
8. 중국 당국이 일회성 조치라고 했지만, 앞으로도 추가적인 조치가 더 나올까?
=> 그 점이 투자가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2013년 말 이후 지금까지 21%나 올랐는데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지난 이틀간의 평가절하를 포함해도 6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더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지의 여부에 따라 시장 반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늘 중국인민은행이 무작정 위안화의 가파른 절하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어떻든 세계 시장 반응은 일단 이번 조치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강도로 취해진 만큼 충격을 받은 모습이지만 패닉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9. 글로벌 환율전쟁이 더 극심해지게 될까요?
=> 중국에 맞설 다른 경쟁국들은 미국, 유로존, 일본 등일텐데 이들은 이미 막대한 양적완화정책을 시행중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주택시장, 고용, 성장률 등 여러 면에서 출구전략을 준비중이다. 따라서 거대국들이 주축이 되는 이른바 환율전쟁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른 거대신흥국들 가운데는 환율이 이미 상당부분 절하된 상태라서 추가로 강력한 절하를 추구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국 등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환율을 무작정 절하시켰다가는 외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 및 외화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환율 절하를 용인하는 데 제약이 있다.
(달러인덱스와 달러의 위안 및 엔 상대 명목환율 추이다. 2013년 말 이후 달러인덱스와 엔 대비 환율은 급격히 상승(엔 절하)했지만 대위안 환율은 횡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