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GIECO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보고서 원래 제목은 『인공지능(A.I.), 완생이 되다』이다.)
《요약》 2016년 3월 9일은 인공지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이 될 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의 세기적인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 2단을 5전 전승으로 이긴 알파고는 이번 이세돌 9단과의 승부를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지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공지능은 게임의 대전 상대로만 여겨질 뿐 아직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기술적인 허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 빅데이터 축적 등으로 진화하고 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진정한 완생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과 함께 서비스적 관점의 접근과 규제적/사회적 인식의 허들까지 극복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 인공지능, 완생이 되기 위한 조건
(전략) ‘3번째 중흥기’를 맞이한 인공지능은 다양한 단말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 전망이다. 그로 인한 급속한 시장 성장 또한 예상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기준과 적용범위가 제각각이어서 시장 규모 역시 작게는 몇 조원에서 많게는 몇 천조원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IDC의 경우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를 2017년 1650억 달러(195조8000억원) 규모로 전망했는가 하면, Market&market은 2020년에 광고, 미디어 서비스 분야에서의 활용으로 인공지능 시장은 약 50억달러(약 6.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였다. 일본의 EY종합연구소는 커머스, 광고, 금융, 유통, 자동차 등 모든 산업분야에 인공지능이 도입된다고 가정하여 2020년에는 23조엔, 2030년에는 87조엔의 인공지능관련 시장이 창출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국내의 경우 인공지능과 관련한 정확한 기준이나 데이터가 없어 시장 규모를 산출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로봇 산업 수치에 기초하여 향후 다양한 산업군으로의 적용을 가정하여 산출해보면 2030년경에는 약 27~30조원의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가 아니라 인공지능은 앞으로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전기나 IT처럼 인프라로서 활용되고, 인간에게는 스마트폰만큼이나 혁신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미래 기술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이제 막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수준이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인간을 대체하고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한 실생활에서의 적용
최근의 인공지능을 둘러싼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의 중흥기와는 다르게 실제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이 늘 지적받아왔던 것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고, 활용 폭도 게임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은 점차 범용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여러 서비스에 접목하려고 하고 있다.
알파고의 경우 바둑에만 특화된 인공지능은 아니다. 알파고는 범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데이터센터 최적화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다. 장비 사용시간,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빅데이터가 누적되면서 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시뮬레이션 시 시스템간 상호관계의 복잡성으로 일반 모델 적용시에 많은 오류가 발생하는데, 에너지 최적화 모델 구축을 위해 ‘Neural Network’를 활용한 것이다. 모델에 반영되는 복잡한 변수 관계를 미리 정의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이 모델에서 자동 생성되는 특징들간의 패턴을 파악하는데, PUE 예측에 99.6%의 정확성을 보여 센터 운용 효율화에 큰 도움을 준다.
페이스북은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만든 사진 공유 앱 '모먼트(Moments)’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였다. 모먼트는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고도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공유하게 하는데, 사진에 포함된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그룹으로 분류해주고 개별적으로 사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페이스북은 얼굴 인식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페이스북이 개발한 '딥페이스 AI' 시스템의 얼굴 인식 정확도는 97.25%에 달한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은 모바일, IoT기기, 스마트카 등 다양한 영역에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발전과 쇠퇴를 거듭하면서 진화해 온 인공지능이 이제는 서비스로 구체화되면서 진정한 개화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해당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의 AI 스타트업 스위프트키를 2억5000만달러(약 3040억원)에 인수했다. 스위프트키는 AI 스마트폰 키보드 앱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으로, 사용자의 키보드 패턴을 분석해 단어를 제시함으로써 빠른 속도의 타이핑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2014년 5억8200만달러(약 6970억원)에 인수했다. 아마존은 에비 테크놀로지(Evi Technologies)를 지난 2012년에 인수했다. 에비 테크놀로지는 아이폰의 시리(Siri)처럼 사용자와 언어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애플도 감정 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영국 소재 스타트업 이모션트(Emotient)를 인수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저명한 인공지능 연구자들을 잇따라 영입했는데, 얀 레쿤(Yann LeCunn) 미 뉴욕대학 교수를 인공지능팀 책임자로 발탁하고, 구글 출신 전문가도 채용하였다. 또한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비카리우스(Vicarious)에도 주크버그 개인적으로 투자도 하였다. 이 비카리우스는 인간의 두뇌에서 언어와 수학 같은 인식 기능을 주관하는 신피질(neocortex)을 재현하는 연구를 하는 업체로 최근 많은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비카리우스에 약 20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삼성은 이 회사의 알고리즘을 각종 스마트기기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 업체가 개발하는 알고리즘은 로봇이나 스마트기기가 인간처럼 직관적인 지각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인데,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물론 스위스 로봇 제조기업 ABB 등도 이 회사에 투자했다.
전기차 제조회사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는 ‘오픈 AI’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영입했다. 바이두는 이 연구소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일본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업체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화상인식과 딥러닝을 결합한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ABEJA는 미쯔코시 백화점과 공동으로 점포분석 연구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동경대, 교토대 대학원 연구원들이 설립한 인공지능 벤처기업 ‘Preferred Infrastructure’는 NTT, 파나소닉, 토요타 등 일본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공동 연구와 투자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구글 레벨의 검색 역량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자동추천 엔진이 PFI의 핵심역량으로, 실생활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려는 기업들로부터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승패를 떠나 인간 이외의 지능을 가진 ‘무언가’가 인간에게 도전하고 또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늘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제로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들을 창출해 나갈 것이다. 국내에서도 빅데이터, IoT, 5G와 연계하여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빠른 행보에 발맞추어 국내 기업들 역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여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해도 인간의 감정까지는 소유할 수 없다. 인공지능에 어떤 제한된 행동을 프로그래밍화하여 감정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제어할 뿐이지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을 학습시켜 인간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며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적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이 진화한다면 머지 않은 시기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올 것이다.
인공지능을 인격체로 보느냐 마느냐의 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인공지능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동반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편리한 삶에서 행복한 삶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요즘,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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