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트럼플레이션" 예상으로 촉발된 달러화 가치 급등이 신흥국 전체에 광범위한 혹은 시스템적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모두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나라, 특히 터키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 지난 한 주간 당사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화 가치가 급등한 데다가 이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신흥국에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지의 여부다. 이와 관련해 관심사는 역시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나라의 경우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자국 통화 표시 부채 부담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강조할 점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한 혼란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대외채무 총액이 신흥국 외화 부채 총액을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외화 표시 부채가 달러화 표시였기 때문에 대외채무 총액을 그대로 달러화 표시 부채로 생각해도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서 더 이상 그렇게 볼 수 없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자국 통화 표시 채권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규모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외화 표시 부채라고 해도 달러화 표시 부채가 대부분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중부유럽 신흥국들의 외화 표시 부채는 대부분 유로화 표시 부채다.
● 상황이 이렇게 변화했지만 신흥국들의 신뢰할 만한 달러화 표시 부채 통계가 없다. 아래 그래프 1은 달러화 표시 부채(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 포함)를 당사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뒤 GDP 대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특징적인 점은 첫째, 전체적으로 달러화 표시 부채 부담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흥국에 있어 달러화 표시 부채는 GDP의 10~25% 수준으로 1990년대의 60~80%보다 낮아졌다.
●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표시 부채 부담은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는 나라는 중부유럽 신흥국들인데, 이들은 대부분 유로화로 차입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표시 부채 부담이 가장 큰 나라는 칠레, 터키, 페루,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다.
● 여기에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최근 환율 변화 양상이다. 칠레의 외화 표시 부채 부담은 크지만 칠레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절상됐다. 더구나 칠레의 달러화 표시 부채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업간 차입이며 대체로 환 변동에 대한 헤지가 돼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브라질 헤알화는 이번 달 들어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절하됐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아직 절상 상태고 게다가 브라질의 달러화 표시 부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물론 브라질의 경우 자국 통화 표시 부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브라질을 제외하고 이달 들어 가장 크게 절하된 통화는 멕시코 페소화다. 이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유세 기간 중 했던 발언 등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며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페소화 절하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경우 브라질처럼 달러화 표시 부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달러화 표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페소화의 절하는 따라서 큰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다. 당사가 가장 우려하는 나라는 터키다. 터키의 달러화 표시 부채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으며 리라화 가치도 이달 들어서 뿐 아니라 올해 전체적으로도 크게 절하됐다. 앞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투자자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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