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언론에서 십수년 뒤 한국 경제 규모가 이런 저런 나라들보다 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며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보도한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보았다. 페이스북에 그 기사를 소개한 분 역시 그 기사의 논조가 적절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했고 많은 분들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댓글을 달았다.
그 기사는 전형적으로 "부적절하지만 사실인 통계를 이용해 독자들의 눈길을 끌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우선 경제 규모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계,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한 해 동안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총량이므로, 인구 규모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인구가 엄청나게 크다면 경제 규모는 당연히 작은 나라보다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PPP 기준)은 한국의 6분의1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인도의 인구는 한국의 26배에 달한다. 따라서 이 둘을 곱한 경제 규모는 인도가 한국의 4.5배나 된다. 이런 통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들, 아니 신문기사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경제 규모만 강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물론 경제 규모는 중요하다. 다만 "규모"에 대해 얘기한다는 전제를 명확히 밝히고 얘기를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위 기사는 나아가 한국보다 인구가 엄청나게 많으면서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이 한국을 (경제 규모 면에서) 앞서게 된다는 전망을 소개하며 상대 국가를 평가절하하는 듯한 분위기도 보였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중요하다면 인구 규모도 당연히 중요하고, 그렇다면 그런 국가를 평가절하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인구의 중요성을 한눈에 알게 해 주는 그래프를 준비했다. 아래 그림은 2016년 현재 한국보다 인구가 많으면서 1인당 GDP(PPP 기준)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국가들을 뽑은 다음, 그 나라들의 1인당 GDP가 한국의 절반 수준까지 늘었을 때 연간 경제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한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16년 실제 수치다. 즉 한국은 1인당 GDP를 한국의 절반으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1인당 GDP가 한국 수준이 되면 경제 규모는 아래 그래프의 2배가 될 것이다. 그래프에서 보듯 인도와 중국은 인구가 늘지 않아도 1인당 GDP를 한국의 절반까지 끌어올리면 경제 규모가 무려 26조달러로 한국(1.9조달러)의 13배가 넘게 된다.
(나라 이름(왼쪽부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한국, 베트남, 에티오피아,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 이란,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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