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모두가 우상향 할 때 나홀로 우하향
OECD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유난히 한국이 눈에 띈다. 모두가 우상향할 때 홀로 우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발표된 11월 지수의 경우 99.9pt 로 38개월만에 기준선(100)을 하회하기도 했다. IMF를 포함한 전망기관들의 성장 전망은 일제히 상향조정되고 있고, 실제로 글로벌 경기 지표들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한국만 이상 신호를 보이는 것인지 우려된다. 국내 통계청에서 월간으로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추세 요인을 제거)도 작년 9월을 정점으로 반락했다는 점도 눈여겨 보인다. 무엇이 이상한걸까?
OECD는 경기선행지수를 측정할 때 국가별/지역별로 다른 세부지표를 기준으로 삼는다. 각 경제의 특성에 맞는 지표를 참조한다는 명분인데 대체로 주가, 장단기 금리차, 제조업 주문, 소비/기업 심리, 재고순환지표 등은 공통적으로 포함된다. 한국의 경우 다음의 6가지 세부지표가 적용된다.
1) 주가, Share prices KSE KOSPI index(2010 = 100)이 6가지 세부지표 모두가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를 우하향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11월까지의 주가나 기업체감경기,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제조업 실물 부문에서 출하는 둔화되고 재고는 늘어가는 현상이 재고순환지표를 급격하게 악화시켰고, 자본재 역시 재고가 빠르게 누적되며 경기 활동성에 역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2가지 요인이 경기선행지수를 2017년 내내 점진적으로 하락시켰다.
2) 교역조건, Net Barter Terms of trade (2010=100) sa
3) 장단기 금리차, Interest rate spread (3y Treasury less overnight rate)
4) 제조업 업황 전망, Business situation (manuf.): future tendency(%)
5)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Inventory circulation indicator(manuf.)
6) 자본재 재고, Stocks total investment manuf. goods (volume) inverted
Data를 확인해보고 놀라웠던 건 하반기 이후의 자본재 생산, 출하, 재고 추이였다. 자본재는 생산 설비를 비롯해 기계, 공장건물, 부속 장비들을 의미한다. 통상 투자의 범주에 속해 향후 생산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자본재가 출하되지 못하고 재고로 쌓이고 있는 듯하다. 자본재 생산도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운송장비 부문이 가장 좋지 못했고, 건설 부문이 양호했다.
■ 한국 경제의 향방을 제조업에 묻다
앞으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세부 지표별로 살펴봤다.
(1) 코스피(+): 현재까지 코스피 상장사들의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9.3%, 20.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지금과 같은 경기선행지수 흐름이라면 추후 하향조정의 여지도 있어 보인다. 구태여 낙관적 전망을 섣부르게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나, 지난 해 이익과 주가의 상승을 주도했던 IT 섹터에 보수적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2) 교역조건(-): 교역조건(수출물가/수입물가 비율)은 반도체 가격과 유가로 단순화시켜볼 수 있다. 유가는 작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상승한 반면, 반도체 가격은 11월 이후 주춤하다. 당사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약달러, 사우디의 유가 부양 기조에 근거해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반도체 가격도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부족에 직면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디램은 견조한 상승, 낸드는 하락폭 완화 view). 다만 그 폭은 작년과 같지는 않을 전망이다. 종합해 보면 우리는 교역조건이 작년보다 다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여 원화 강세 압력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3) 장단기 금리차(∙): 장단기 금리차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지난 금통위를 통해 추가 긴축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지난 연말 급등했던 단기물 금리에 되돌림이 나타나고, 장기물은 해외 부문의 인플레이션 기대와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으면서 금리차가 확대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당사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최근의 상승 추세가 진성이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고, 경기에 대해서도 상고하저의 경로를 예상하는 바 장단기 금리차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4) 문제는 제조업이다. 재고순환지표와 광공업 생산 간에는 통상 12~14개월 가량의 래깅(lagging)을 두고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재고순환지표가 2017년 2월을 고점으로 반락했으니 올해 전체 제조업 생산 부문에 있어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IT가 주도하는 제조업 환경에서 사이클의 주기가 부쩍 짧아졌다. 결국 이러한 모멘텀의 둔화 가능성을 극복하는 Key는 2017년을 지배했던 IT/반도체라 할 수 있다. 아직 단정짓긴 어렵지만 증시에서 IT 업종의 기간조정이 말해주듯 여러 의견이 혼재되어 있다. 당사는 연간 IT 업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은 유지하고 있으나 상반기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 아직은 글로벌 경기 호조에 좀 더 주목할 때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글로벌 다른 지역의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은 분명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를 설명하는 많은 변수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것이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여전히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려 대외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어 수출이 견인하는 경제 성장은 2018년에도 가능할 전망이다.
IT와 석유제품, 철강 부문의 수출 증가세는 유효하다. 반도체 수요는 견조한데다 지난해 설비투자를 늘려놓은 것이 양산될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중국의 공급 개혁 이슈도 각각 석유제품과 철강 부문에 긍정적 이벤트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최근 원화 강세가 완화되고 원엔 환율이 반등하면서 가격조건과 심리적 측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앞서 봤던 자본재 출하/재고 여건이나 지금까지의 수출 부진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는 대외 환경에 높은 의존성을 보이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아직은 글로벌 수요 확대와 성장 전망의 상향 조정에 초점을 맞출 때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적 태도 역시 경기선행지수 하락에 따른 우려를 반감시켜줄 것이다. 다만 좀 더 긴 그림을 그려볼 때, 정상적인 추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기선행지수와 그 세부지표 상 매크로 data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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