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금융회사에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발의 취지문에서 의원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바탕으로 도산 위기에 빠진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금융회사들은 이후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사회에 대한 공헌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또 "횡재성 초과수익은 기업의 혁신이나 기술개발,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금리 인상, 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의 초과수익은 횡재의 정의에 가장 부합한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이에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을 신설하여, 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에는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ㆍ징수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징수된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에 쓰이도록 하며, 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해당 지원사업을 하는 기관에는 기여금 일부를 출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 취약계층 및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다름
2022년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정책 정상화를 도모한 이후 각국 은행산업의 이자이익은 크게 증가하였다. 예를 들면, 유럽 은행산업은 정책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이자이익이 8%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할 경우 최근 2년 동안 이자이익은 36.0%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은행산업도 이자이익이 ‘21년(46.0조원) 대비 ’22년(55.9조원)에 21.5% 증가하였고 올해에도 전년 수준이 예상되고 있으나 중앙은행 통화정책 및 사회공헌활동 등에 있어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행은 ECB와 같은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국내은행은 정책금리 인상을 반영하여 예금금리를 꾸준히 인상하였다. 예를 들면, 2022년의 경우 예금베타는 신규취급기준 118.2%, 잔액기준 62.2%로 유로지역 은행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은행은 최근 4년간 서민금융 지원 등의 목적으로 각종 법정 부담금 및 (특별)출연금 24조원, 사회공헌 관련 2조원 등 약 26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취약계층 등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한 바 있다.
ECB 반대 논리는 국내 은행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
ECB는 이자이익의 경기순환적 특징, 금융회사 회복력(resilience) 확보 중요성, 그리고 신용공급 축소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횡재세 도입을 반대하였다.
첫째, ECB는 경기순환국면별로 이자이익이 달라짐에 따라 이익발생 시점과 횡재세 납부 시점 간 시차(time lag)가 존재함을 강조한다. 향후 중앙은행 금리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시점에 세금부담이 발생하면서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이자이익 추이를 경기국면별로 살펴보면 과거 5년 평균에 따른 이연효과에 기인하여 은행이 횡재세를 납부하는 시기는 경기확장국면 보다는 오히려 경기수축기에 더 빈번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둘째, ECB는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충분한 회복력을 사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충당금 적립이나 자본적립을 강화하여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여야 하는 시점에 횡재세 부과로 은행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경우 자본여력 확보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국내의 경우 더 클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글로벌 100대 은행(2022년 기준)에 포함된 국내은행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Ratio) 평균치(0.32배)가 영국(0.56배), 일본(0.57배), 미국(0.98배) 등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셋째, ECB는 횡재세로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횡재세 기준에 근접할 경우 전략적인 규제회피적 영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신용할당이 늘어나면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높은 취약차주의 금융 접근성이 제약될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법적 리스크도 고려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은 ‘과잉금지 원칙’ 및 ‘명확성 원칙’ 위반에 따른 재산권 침해, 이중과세 금지 위반, 평등권 침해 등 법적 리스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헌법상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 등의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개정(안)은 직전 5개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이익을 부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것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지 않는 적정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법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재산권 제한은 법률에 따라 명확한 요건에 의하여야 하는데, 초과이익 산정방법, 기여금 납부 방법 및 절차, 미납시 조치사항, 불복절차, 감면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법인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추가로 초과이익 부분을 과세함에 따라 이중과세 금지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은 이를 감안하여 기여금 징수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중과세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담금이라는 형식을 남용한다면 조세에 관한 헌법상의 특별한 통제장치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부담금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는 여타 산업과의 불평등한 취급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다른 기업도 어떤 우연적 이유로 뜻하지 않게 큰 이익이 발생된 경우가 있는데 합리적 이유 없이 금융회사에만 횡재세를 부과하면 헌법상 평등권(헌법 제11조)이나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될 수 있다.
특히 재산권 침해나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는 현재의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될 경우, 위헌적 법률제정으로 주주에게 손실이 발생되었음을 이유로 해외투자자 등 주주에 의한 소송제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