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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한국 경제성장 둔화 숙명 아니다, 좀비기업 청산 실패가 한몫: 한국은행 보고서

좀비기업은 스스로 생존할 능력이 없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 좀비기업을 판별하고 제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다. 물론 퇴출되는 기업의 창업주나 최고경영진 뿐 아니라 투자자와 종업원들은 비극적인 결과에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런 비극적인 결과는 때에 따라서는 국민 정서에 호소하거나 정치인에게 압력을 넣거나 관련 채권금융기관에 위협을 가하는 등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좀비기업은 이런저런 계기로 제때 정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 좀비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은 단순히 일부 비효율적인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병폐이자, 장기 성장의 발목을 잡는 보이지 않는 족쇄로 계속 작용한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지 않으면, 자본과 인력 같은 희소한 자원이 더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왜곡되고, 산업 전체의 평균 생산성이 하락한다. 신생기업과 혁신기업의 진입은 가로막히며, 경제의 창의적 파괴 과정이 멈춰버린다. 금융기관 또한 부실기업의 연명에 자금을 묶어두면 당장의 손실은 피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잃게 되고, 경제 전반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된다. 고용 유지에도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경기 회복의 속도를 늦추는 ‘좀비경제화’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중요한 경종을 울린다. 흔히 기업의 투자 부진은 금융 여건의 제약, 즉 자금 조달의 어려움 탓으로 돌려지지만, 이번 분석은 그 이면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실증을 통해 밝혀냈다. 


지난 두 차례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이후 지속된 기업 투자 위축은 단순히 돈이 돌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악화된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진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지 못하고 계속 생존할 경우,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투자 여력을 함께 갉아먹는다. 결국 금융 지원만으로는 이러한 ‘이력효과(hysteresis)’를 해소하기 어렵고,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cleansing effect)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새로운 성장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가정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정화의 부재’가 우리 경제에 어떤 비용을 초래했는지를 수치로 제시한다. 만약 2014~2019년 사이에 고위험 기업들이 실제로 시장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를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정상기업들이 채웠다면, 국내 투자는 3.3%, GDP는 0.5% 더 증가했을 것으로 이 보고서는 추정한다. 

또, 팬데믹 이후인 2022~2024년 기간에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했다면, 투자는 2.8%, GDP는 0.4%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단순한 경제 모델링의 결과를 넘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위기 이후 투자 부진의 근본 원인이 금융제약이 아니라 수익성 악화와 기업 생태계의 경직성에 있었다면, 해법 역시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이번 연구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계기업의 연명에 기대기보다, 시장의 정화 기능이 온전히 작동하도록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재정비해야 함을 강조한다. 생산성과 혁신 역량이 낮은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신생기업과 혁신기업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위기 이후의 저성장 함정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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