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와 책 소개 글을 읽으면서 오래 고민한 끝에 구입해 읽은 『One Man's View of the World (Lee Kuan Yew 저, 2013년 1판 발행)』를 본 블로그 독자들에게 권하고자 한다. 이 책의 원서는 현재 국내와 Amazon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출판사인 Straits Times Press, SPH Media Limited로부터 구매했는데, 배송료 때문에 비용이 두 배가 됐다.
싱가포르는 1963년 영국의 철수 이후 말레이시아 연방에 편입되었으나, 불과 2년 만인 1965년 과감히 분리·독립하였다. 이후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작은 섬나라로서, 단 한 세대 만에 제3세계에서 제1세계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기적의 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놀라운 도약의 중심에는 바로 리콴유(李光耀, Lee Kuan Yew)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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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한국 및 세계 평균 1인당 GNI 추이) |
리콴유는 약 30년 동안 총리로 재임하며 사실상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다. 199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2011년까지 20년 이상 선임장관과 국정고문으로서 국정에 깊숙이 참여했다. 2013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2년 전 출간된 이 책은 자서전이라기보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의 교류와 국제 정세에 대한 오랜 관찰을 토대로 국제 질서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에세이와 대담 형식으로 풀어낸 저작이다.
리콴유의 통치 방식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국내뿐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주변국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게다가 당시 인구가 200만 명도 채 되지 않는(현재는 약 600만 명) 소국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의 성공 모델이 모든 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더불어 복잡한 인물이나 국가, 그리고 국제 현안에 대한 그의 분석이 다소 ‘과잉 일반화’된 측면을 보여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리콴유의 실력주의, 효율성, 실용주의, 자본주의 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독자에 따라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고령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제적·인류사적 문제들에 대해 그가 보여주는 통찰력과 폭넓은 이해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중국계인 리콴유는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공산주의나 독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중국 사회가 오랜 역사 속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질서를 선호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념의 잣대를 넘어, 각 사회의 역사적 특성과 정치적 현실을 토대로 국제 관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싱가포르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와 사실상 일당 지배 구조를 채택한 것에 대한 일정한 정당화로도 읽힐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리콴유의 사고방식이나 철학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가든 기업이든, 혹은 그보다 작은 조직이든, 그 구성체를 움직이는 주요 사안들에 대해 폭넓은 정보와 깊은 이해를 갖춘 지도자를 만났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국민들은 참으로 부러운 행운을 누렸다고 느꼈다.
《책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