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0

(斷想) 한국은 중국과 '알맹이 없는' FTA를 체결했나?

(※ 이 글은 사견으로 필자의 소속 회사 견해와 관련이 없음.)

한국과 중국 정상이 2년 넘게 끌어 온 자유무역협정(FTA) 핵심 부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고 세계 앞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실질적 타결"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 뿐 아니라 양국은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어떤 업종에 대해서는 대상 품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정도에 그쳤다. 서울 주식시장에서는 엉뚱한 종목들이 급등하는가 하면 일부 산업 관련 단체에서는 FTA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이번 협정이 알맹이가 없는 협정이라고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내는가 하면 일부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나 운송서비스 및 건설서비스 업종이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한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경제권에 이어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곧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중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을 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 국제기구에 적극 가입하는 한편 최근에는 주요국들과 FTA를 적극 체결하려 하는 것이 반드시 수출과 현지 투자를 늘리기 위한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국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화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에는 발전하는 경제 수준에 걸맞는 합당한 대접을 받고 국제무대에서 경제활동을 해야겠다는 의욕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 대국들과 잇따라 FTA를 체결하는 것은 수출 이외에 다른 의도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1996년 몇 가지 시장 개방 및 개혁 입법을 국제적으로 약속했지만 국회는 이를 제대로 심의하거나 국민들을 설득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 법안은 대통령의 의지로 무리하게 통과하기도 했으며 금융산업 관련 입법은 결국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국제적으로 불신을 사기도 했다는 말을 당시 당국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를 1-2년 만에 극복한 한국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양한 자체 개혁 노력을 기울였으나 잦은 선거 일정 속에 웬만한 개혁 노력은 정당한 토론과 과감한 결실을 맺지 못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IMF와 맺은 개혁 조치들은 비록 훗날 처방이 잘못된 것들이 많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런 대로 국내 시행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인정하기 싫지만 이런 국제 조약을 통한 내부 개혁 조치는 그런 대로 집행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미국과의 FTA 체결에서도 그대로 입증됐다. 많은 반대와 잡음이 있었고 국회 비준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미국과 맺은 FTA에 따라 이런 저런 국내 규제를 변경하는 것은 비교적 국회의원들도 잘 받아들이는 눈치다. 자신들이 1차적인 책임이 없다는 점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국내 이런 저런 서비스업 규제 조정도 최근에는 미국 및 EU와의 FTA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심하게 말하면 한국은 스스로 국내 산업 조정을 원만하게 추진하는 조정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FTA도 큰 시각에서 보면 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중국과의 FTA는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중국은 경제 개방을 통한 발전을 천명한 이후 WTO에 가입했으며 그 대가로 많은 국제 규범을 받아들였다. 중국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서구의 제도와 규칙을 스스로 받아들이려 했다면 많은 저항에 부딛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WTO 가입 대가로 이런 저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국민들을 설득하기에 훨씬 유용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국과 맺은 FTA도 중국 내부적으로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라는 미국의 우방과 FTA를 체결한 만큼 미국 및 일본과의 경제 외교 무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기대할 것이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거의 유일한 지원 세력인 중국과 무역 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거리를 좁힘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관련된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의 FTA가 한국의 수출이나 GDP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수출 품목의 관세를 대폭 낮추지 않기로 한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농산물 부문에서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지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조달 및 서비스업 부문에 한국이 진출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이미 중국 내 판매량은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품목은 한국이 이미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확보된 상태다.

반면 정부조달 부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부조달 시장에 참여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한국 정부나 기업들은 중국의 내수 산업에 관한 소중한 정보를 열람하고 경쟁을 경험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또한 운송서비스 및 건설서비스업은 한국이 제조업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실례로 건설서비스업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에서는 앞으로 공공부문 개혁 및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시 이런 저런 금융 서비스업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FTA를 체결한 상대방이라는 점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몇 가지만 생각해 보아도 한국이 중국과 FTA를 체결한 의의는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의 경제 외교 역량에 대한 일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우려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아래 글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7월 발표한 한-중 FTA에 관한 보고서 내용이다:

☞ (보고서) 무디스가 생각하는 한-중 FTA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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