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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한국 수도권 집중 현상 왜 계속 심화하나?

수도권으로의 인구 및 자원 집중 현상을 분석한 KDI 보고서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의 서론과 결론 부분을 소개한다. 현정부의 정책 방향을 의식해서 표현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 분석 과정에 집중해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보고서 전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맨 아래 공유한다.

※ 서론

2019년 이후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대도시로의 집중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30년간 균형발전정책을 시행하고 도시를 새로 조성하는 방법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 이래 단 한 차례의 반전 없이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심화된 우리나라의 상황은 예외적이다. 이는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힘이 30년간의 정책적 노력을 압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산업구조 재편과 그에 따른 전통 제조업 기반 산업도시의 쇠락은 이러한 추세의 일면이다.

그렇다면 한 발 물러서서 균형발전정책의 접근법과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이라는 현상이 형평을 당위로 요구할수록, 정책은 특정 도시뿐 아니라 모든 도시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과는 제한된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도시들의 규모와 그 분포를 만들어 내는 경제·사회적 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결론

2005~19년 전국 161개 시·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 기간 수도권의 생산성 상대우위 강화가 수도권 인구 비중 상승을 주도했다. 수도권 생산성 증가와 비수도권 산업도시 생산성 감소가 동시에 발생한 효과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 공간구조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인구수용비용과 쾌적도의 변화는 이를 일부 억제하였다. 특히 2010년대 혁신도시와 세종시 건설은 인구수용비용을 하락시켜 대상 도시들을 성장시켰으나, 충분한 생산성 증가가 동반되지 않아 인구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2010년대 비수도권 산업도시 생산성 하락이 없었을 경우 수도권 인구 비중이 2005년 수준에 머무를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도시의 생산성이 도시규모분포와 공간구조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일부 도시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경우 수도권 비중을 일정 수준 낮출 수 있으나, 이러한 접근은 막대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수반한다.이들 분석 결과는 균형발전정책의 접근법과 가능성에 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균형발전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프라 공급을 넘어 지역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개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생산성이 개선되어야 대상 도시로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지역의 성장이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재정투자를 기업과 인재의 이동·양성, 혹은 선별적 산업정책(targeted industrial policy)에 집중하여 효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경제 성장이 저해되지 않으려면, 유입지역의 생산성이 충분히 증가하여 유출지역의 생산성 감소를 상쇄해야 한다. 기존의 빈 땅이나 낙후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은 기초 인프라 구축에 대부분의 재원을 투입하므로,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는 부족해진다. 따라서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지역균형 달성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유출지역의 생산성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여 국민경제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균형발전의 목표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완화라면, 비수도권 내의 격차 확대는 일정 정도 용인할 필요가 있다. 모든 도시의 인구를 균일하게 만들지 않는 한, 권역 내(within-area) 격차와 권역 간(between-area) 격차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대상지역의 특성에 따라 정책을 차별화하되 소수 도시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세종시 및 소수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하여 기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고 집적(agglomeration)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혁신도시 역시 엄격한 성과평가를 통해 후속사업을 선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여, 수도권 집중 완화가 공간정책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비수도권 공간구조를 선제적으로 대도시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가장 유효할 수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해 산업정책과 지역발전정책을 결합할 경우 쇠락한 산업도시 역시 후보로 고려할 수 있다. 집적경제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비수도권 대도시·산업도시의 생산성 향상은 수도권 일극집중 심화를 피하면서도 국민경제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경로가 된다. 

이를 위해 교부금 등 기존의 공간적 재분배제도의 목표에 낙후지역 지원뿐 아니라 도시규모분포 효율화를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생산성 중심 접근은 불가피하게 상당수 소도시의 쇠퇴를 수반한다. 본고의 모형에서 인구학적 요인을 고려하지는 않았으나,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더해지면 소도시의 쇠퇴는 더욱 급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도시 주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나, 정주인구의 후생을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소도시 SOC 투자는 비용이 편익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1980~90년대에 대대적으로 확충한 철도망이 막대한 유지비용과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저조에 의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온 일본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인프라 유지비용 등 도시의 인구수용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소도시 주민들이 권역 내 대도시 혹은 그 근교로 이주하는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보다 비용효율적일 수 있다. 이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고령 주민 등 불가피한 경우 일몰규정이 있는 정액 정주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정책을 인구 유입 방안이 아니라 정주인구 지원 방안으로 규정하여 정책신호 왜곡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더하여, 본고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으나, 공간적 자원배분이 효율화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시장 실패에 따른 도시의 과밀·과소화를 교정하는 한편, 지방정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공간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 

최근 지방분권과 상향식(bottom-up) 접근이 강조되고 있으나, 이러한 접근이 재정과 거버넌스, 나아가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야기하여 지역뿐 아니라 국민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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