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4

(보고서)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 집단내 개인주의가 필요한 이유

※ LG경제연구원의 『조직 내 개인주의 피하기보다 꽃피울 대상』이라는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1980년대에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는 대한민국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도 가장 서양적이라고 할 만한 조직에서 일을 해 온 나로서는 오늘까지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가장 크고 뿌리깊은 문제가 집단주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전형적인 기업은 특정 기간동안 단일 혹은 단일 성격의 목표를 수립하고 전직원이 여기에 매진하도록 강요한다. 그 목표가 달성되면 아무 일도 없다. 보통은 목표를 초과달성하도록 강요받고 달성 실패는 아예 상상도 하기 힘든 분위기를 강요받는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뒤 그 평가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사장이 잘 한 것이고 사장의 지휘 아래 다음 단계 간부들이 잘 한 것이고,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 이렇게 내려와서 가장 작은 단위인 "ㅇㅇ과"가 잘 한 것이 결론이다. 보통 개인별 성과 차별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ㅇㅇ과"의 성과는 좋지 않은데 한 직원이 잘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집단주의 문화를 군사정권의 오랜 집권의 영향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비뚤어진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근원이 어디에 있든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나 해소할 전사회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고되고 부당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어 자신도 잘못된 행동을 답습한다든지, 못된 고참 아래서 고생했던 병사가 자신이 고참이 되어 똑같이 행동한다든지 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결국 누군가는 "나부터" 여기에 저항해야 한다. 물론 그것으로 부족하겠지만 이대로는 분명 안된다.

◆ 이 블로그에 게시했던 다음 2개 글도 함께 소개한다
▷ (斷想) 한국의 직장 회식문화 폐해, 웃어넘길만큼 단순치 않다 
▷ (斷想) 야근 문화? 희생을 강요 말고 성과를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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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LG경제연구원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집단주의의 명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하는 특성상 기업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집단주의란, ‘나’보다는 ‘우리’라는 정체성을 우선으로 하고 개인 목표보다 집단 목표가 우선인 가치관, 성향을 의미한다. 집단주의는 집단의 결속력 및 정서적 애착이 강한 것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면 조직 몰입이 높고, 집단 목표를 개인 목표와 동일시하거나 오히려 집단 목표를 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에 집단 성과에 대해 긍정적 기대감을 갖고, 집단에 대한 일체감을 강화시켜 더 몰입하는 성향도 보인다. 또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높은 응집력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보다 빨리 극복하는 힘도 강한 집단주의에서 나온다. 일본 기업들에 이어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일부 서구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들의 집단주의에 주목하기도 했다. 집단주의적 문화는 구성원간 협력과 일체감, 순응을 높여주기 때문에 서구 기업들도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를 이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단주의가 가지는 부작용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집단주의의 강한 연대감이나 그룹 내 규범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 구성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주의는 효율성, 획일성, 표준성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한다는 문제가 있다. 집단주의는 상명하복이나 집단 우선이 강조되다 보니 개인의 존엄성, 의사, 감정 등이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자존감이 결핍되고 집단 의존증이 높아 집단 뒤에 숨은 무책임한 집단 이기주의를 양산하기도 하고, 수직적 가치관과 서열적 문화가 강해 타인과의 비교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인다. 예를 들어 ‘남에게 보여지는 지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호칭’을 버리지 못한다든지, 집단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순간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경험으로 인해 침묵하는 현상 등은 모두 집단주의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구성원을 세세하게 관리/통제하는 것이나,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연차에 따라 결국 대부분 승진이 되고, 승진대상자들에게 좋은 평가 등급을 몰아주느라 서로 돌아가면서 희생하는 현상도 집단주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

그렇다면 개인주의는 어떠한가? 개인주의는 집단보다 개인 정체성을, 집단 목표보다 개인 목표를 중요시한다. 조직 속의 내가 아니라 독립된 개개인이 모인 조직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또한 개인주의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을 배려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기성 세대들은 개인을 중시하는 가치가 이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몇 가지 오해를 하는 듯 하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이기주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자기 권리만을 주장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외치던 ‘나만 아니면 돼’가 전형적인 이기주의적 생각이다. 이기주의는 갈등을 유발하고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반면, 합리적 모습의 개인주의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전제된다. 남이 나를 대했으면 하는 기준으로 타인을 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부로 간섭하지 않는다. 내가 존중 받고 싶은 모습으로 타인을 존중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비교적 높은 것이 그 특징이다. 실제로 사회학자 뒤르켐(Durkheim)은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게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중시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개인주의는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혹자는 개인주의적 성향은 남과 협업하지 않고 고립되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개인주의는 성숙하고 자율적인 개인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체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타협이나 양보 역시 필수불가결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1인 가구 비율도 높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국민들이 개인적인 형태로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고립되거나 개별화된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 생활을 지향한다. 이와 관련해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인 문유석 판사는 ‘개인주의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집단을 이루어 살고,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한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 타협할 줄 알고, 개인 힘만으로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과 연대할 줄 안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 바로 이기주의이며 이는 개인주의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왜 개인주의를 고민해야 하는가?》

기업 특성상 집단주의의 문화를 버릴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미 개인주의는 미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 메가트렌드 2045’라는 저서에서 미래 메가 트렌드 11개 중 하나로 개인화를 꼽고 있다. 개인주의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개인주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 구성원 가치관의 변화

기업 내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점점 개인주의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기업 내에 유입되기 시작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가치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밀레니얼 세대들은 기성 세대보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훨씬 강하다. 이러한 젊은 인재들에게 기성 세대에게 유효했던 조직 논리는 이제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회사가 어려우니 주말에도 출근해서 기강을 잡자든지, 윗사람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일을 끝냈더라도 같이 남아서 동료의식을 보여야 한다는 논리는 젊은 인재들에게 비합리적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일이 있으면 야근을 하지만, 일이 없는데 팀웍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은 개인 시간의 낭비이자 불필요한 희생이므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이 있기 때문에 회사도 존재하는 것이고, 회사 목적 달성도 중요하지만 조직 안에서 개인의 꿈을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밀레니얼 세대뿐만 아니라 기존 구성원들의 가치관도 점점 개인주의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한국인의 가치관 변화 추이에 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치관이 지난 20년간 점점 개인주의화되고 있고 탈권위주의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들 사이에서도 개인주의의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직 내 여성 인력이 증가하고 있고, 맞벌이 인력이 증가하면서 조직을 일순위로 두기보다 가정과 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들이 확산되고 있다. 저녁 회식조차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드는 현상은 개인주의 가치관이 확대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 성과 창출 방식의 변화

성과 창출을 위해 일하는 방식도 개인주의화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일의 형태가 직업(Job)이 아닌 개인 단위의 일(Work)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집단주의가 작동하기 어려운 형태로의 변화라는데 그 의미가 있다. 포브스(Forbes)는 2016년 일터의 트렌드 변화(Workplace Trend)를 발표했는데 그 중 하나로 ‘긱스(Gigs)’를 소개한 바 있다. 긱스란 일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방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구성원이 업무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그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성과 창출 후에는 다시 흩어지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다.

윌리엄 브릿지(William Bridges)는 1980년대에 ‘탈직무화(De-Jobbing)’라는 개념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긱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즉, 조직 내에서 자리(Post)를 차지하고,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 등 외부 인재들과의 협업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혁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기업 내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집단주의가 강한 조직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집단주의는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해서는 자기 이익을 희생할 정도로 애정을 보이는 반면 다른 조직에 대해서는 개인주의보다 더 경쟁적이거나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개인주의는 집단주의보다 타인에 대해 더 신뢰를 보이고 다양성에 관대한 경향이 있다. 외부인과 업무 중심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하여 협업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환경에서는 집단주의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성과 창출의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집단주의에서는 창의성 발현에 다소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구성원간 동조 압력 때문이다. 창의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독립적이고 자율성을 지향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데 집단주의 조직에서는 다수의 견해에 따르고 권위에 순종적이며 동질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창의성 발현이 어렵다. 이미 많은 연구 논문에서 집단주의는 조화와 협력을 촉진하긴 하지만 혁신을 촉진하는 창의성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창의성을 조직의 핵심적 가치로 지녀야 할 조직은 모든 구성원을 평등하게 대하고 각자의 독창성을 인정하는 수평적 개인주의 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경직된 조직 논리나 전통(Legacy)을 깨고 유연함을 갖추기 위해서도 개인주의를 고려해볼 수 있다. 집단주의가 강한 조직은 집단의 힘이 매우 강해서 조직 논리를 혁신적으로 깨뜨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고 있는 개인들이 집합된 형태라면 보다 유연하고 빠른 변화를 꾀하기 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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