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피털이코노믹스 보고서 내용을 요약ㆍ번역해 소개한다.)
원칙적으로 석유 가격 하락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맞다. 석유 생산국으로부터 소비국으로 소득이 이전됨으로써 소비국들이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 지출을 늘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세계 전체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긍정적 효과와 석유 생산국이 겪는 부정적 효과가 상쇄돼 전체적으로 별 영향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석유 가격 하락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거나 최소한 금융시장에서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
왜 이론과 다르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석유 가격 하락 속도와 폭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득실을 떠나 그 자체가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는 동의하지 않지만 최근의 석유 가격 하락은 석유 수요의 대대적 붕괴를 반영하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둘째, 이번 석유 가격 급락의 속도와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석유 생산국에 돌아간 피해가 소비국에 돌아간 이득보다 월등히 컸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석유 생산국들은 지출을 급격히 줄여야 했으며 그것이 소비국의 지출 증가를 압도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금융시장에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실례로 에너지 기업은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에너지 기업들이 연쇄 부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돌면서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 불안감을 촉발시켰다. 영국의 경우에도 FTSE 100 지수에서 20% 남짓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 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이 나머지 80%의 기업들에게 돌아갈 잠재적 이익에 대한 관심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석유 생산국들이 그 동안 국부펀드를 통해 투자했던 각종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 자체도 세계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자산 매각을 통해 산유국들이 지출을 다시 늘릴 수 있다면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는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금융시장은 그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싸이기 쉽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지수 하락 압력 또한 일부 국가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옳든 그르든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희망적으로 볼 수도 있다. 위에 지적한 것과 같이 투자자들이 분위기에 휩싸여 과도한 반응을 하고 있다면 반대로 석유 가격이 상승하기 전이라도 일단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를 되찾는다면 세계 경제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 지표 물가 하락 압력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사라질 것이고 석유 소비국들에게 돌아갈 이득도 다시 부각될 것이다. 일단 이런 선순환이 시작되면 점진적이라도 세계 경제는 장기간 호조를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 1월에 소개한 다음 보고서도 참조 바람: (보고서) 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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