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가 격차가 컸던 다른 나라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사에서도 특기할 만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의 경우 양국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논문이나 전망이 발표되면 관심이 크다. 따라잡는 국가의 국민들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일 것이며 따라잡히는 국가에서는 당연히 반갑지 않다.
국가 경제를 비교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경제 규모, 1인당 국내총생산, 성장률, 생산성 같은 지표는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인구나 국토의 크기가 다른 경우 1인당 소득(보통 PPP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두 국가 경제를 비교하곤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23년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몇 년 뒤면 1인당 GDP 면에서 일본을 추월한다는 전망은 분명 한국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오래 보아 온 사람들로서는 2023년 추월 전망 자체보다는 과거 전망보다 예상 추월 시점이 미뤄진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에 예상했던 것보다 추월 시점이 늦춰졌다는 것은 추월하는 국가의 성장이 예상보다 낮거나 추월당하는 국가의 성장이 예상보다 높았거나 두 가지가 동시에 벌어진 것을 뜻한다.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이 처음 확인되는 것은 2014년 4월이다. 당시 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19년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며, IMF는 추월 시점을 4년 늦춰 2023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예상보다 못했거나 일본이 예상보다 잘했거나, 아니면 두 가지 일이 모두 벌어진 것이다.
위 그림은 G20 회원국 중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나라들의 2019년 1인당 GDP 전망으로, 2014년 전망과 올해 4월 전망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일본은 2014년 전망보다 높은 성과를 거둔 반면 한국은 예상에 못 미쳤다. 더구나 올해 한국 성장률은 IMF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여 내년 이후에 IMF가 장기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그림을 바탕으로 2019년 1인당 GDP 전망치 격차(2014년과 2019년 사이)를 정리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단순히 IMF 전망이 엉터리라고만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엉터리라도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
한국이 2014년 이후 IMF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둔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여기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경쟁력지수 순위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 그림은 2018-2019 보고서에서 한국의 순위가 전체 140개국 중 중간인 70위를 밑돈 항목을 정리한 것이다. 약점을 알고 그 약점을 개선하는 노력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재정 정책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과감하게 재정 적자를 보더라도 지출을 늘려 성장 동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국은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명분과 "나라 빚"에 대한 근거 없는 거부감 때문에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그래 따라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 그림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전 5년간 연평균 성장률과 최근 5년간 성장률 격차(막대그래프, %p)와 최근 5년간 연평균 재정수지(마름모 표시, GDP 대비 %)를 함께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성장률은 비교 대상국 중 가장 크게 떨어졌지만 최근 한국의 재정수지는 독일과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 높은 흑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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