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중 주요 부분)
■ 미니 로테이션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유
한때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이라는 단어가 금융시장에 회자된 바가 있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가 2012년 주장한 것으로, 미국의 주식수익률이 채권수익률을 넘어서자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에 집중되던 자금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있지만 기대수익이 높은 주식으로 이동한다는 가설이다.
물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주장처럼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글로벌 저성장과 강력한 통화부양책에 힘입어 채권가격의 강세 현상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여타 주요국이 통화부양책에 나서고 있어 채권가격 강세기조가 쉽사리 꺾일 기세는 아니다.
그러나, 자금의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은 발생하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미니 로테이션(Mini Rotation) 현상, 즉 자금이 채권에서 일시적으로 주식, 원자재 시장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의 발생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당사가 미니 로테이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채권가격의 과열 논란 가시화에 따른 채권시장에서 자금이탈 가능성이다. 물론 풍부한 유동성 영향으로 채권가격뿐만 아니라 주식, 부동산 등 각종 자산가격의 과열 논란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타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 채권가격의 과열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연준 의장은“우리는 주가지수가 올라서 주가수익비율이 높아지면 걱정한다”며“채권금리가 그랬을 때에도 똑같이 우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채권시장 과열을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채권왕으로 지칭하는 빌 그로스 역시 국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금리의 작은 상승신호가 채권가격 급락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채권 투자자들을 매우 고통스럽게 만들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신용평가사 피치사 역시 잠재적인 국채 리스크를 지적하였다. 피치사는“저금리 시대가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금리수준이 2011년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37.7조달러의 투자적격 등급 국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약 3.8조달러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참고로, 피치사에 따르면 7월 중순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둘째, 통화정책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과 유로 경제에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부작용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정책 추진 이후 주가가 오히려 급락하고 경기 회복 기조 역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일본은행이 ETF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일본정부가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내 놓았지만 일본 시중 금리는 급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금리수준이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있지만 최근 일본 국채는 가파른 급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시장이 통화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의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규모는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수준에 이르고 있어 과연 일본은행이 추가로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 부양정책‘아베노믹스’에 대해 경고를 한 것 역시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 일본은행이 헬리콥터 머니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동 정책 추진이 과연 현재 마이너스 금리인 시중 금리를 추가로 하락시킬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참고로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이 담보나 부채 없이 돈을 찍어내 시중에 뿌린다는 점에서 금리를 낮추거나 양적 완화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전통적 통화정책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정책적 대응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유로존 역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 실적 악화 등으로 은행들의 부실리스크만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더욱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이은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마이너스 시중금리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추세이다. 특히 영란은행의 공격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시중 국채금리의 하락폭은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있음은 통화정책의 한계가 일부 가시화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 기조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회복기조는 유효하다는 것이 당사의 판단이다. 특히 7월 고용지표의 서프라이즈는 미국 경기사이클에 대한 우려를 크게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고용시장 호조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기의 축인 소비사이클의 반등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시장의 성격상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현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7월 고용지표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론에 힘을 더해줄 것은 분명하다. 다만, 당사는 기존 예상처럼 미국 추가 금리인상은 9월보다는 12월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주목할 것은 미국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유로존 역시 브렉시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고 우려했던 은행 부실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는 현상은 궁극적으로 시중 금리의 상승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다.
■ 미니 로테이션 가능성을 주시하자
결론적으로 다소 성급할 수도 있지만 단기적 혹은 일시적으로 글로벌 자금의 미니 로테이션 현상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채권가격의 과열 논란, 통화정책의 한계성 및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세 등이 채권시장에서 일부 자금이 이탈하여 위험자산으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 경기지표 개선과 이에 따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통화정책의 한계성 논란은 글로벌 자금, 즉 미니 로테이션 현상을 촉발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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