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선물의 공개된 보고서 내용 일부임)
▶ 중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되기 어려운 이유
과거 미 대선마다 중국 환율에 대한 견제는 자주 있어 왔다. 2004년 존 캐리 후보는 아들 부시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 지정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며 환율 조작국 지정을 공약했으며, 2008년 경선에서 오바마는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에 관한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2012년 오바마 재선 당시 경쟁자였던 롬니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백악관 입성 첫날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이었다. 중국의 환율과 무역에 대한 공약은 미국의 선거, 특히 대선에서 다수의 노동층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주 애용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지정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에 이번 트럼프의 경우에도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수단과 무역 협상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견해 또한 상당하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발언 강도가 점점 완화되고 있다. 11월 대선 전 발표한 ‘유권자들과의 100일 행동 계획 약속’에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당선 이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100일 플랜에서도 중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환율 조작국 지정관련 언급이 없었고 러시아 관련 의혹에 대한 변명, 일부 언론들 비판, 오바마 케어 비판, 멕시코 장벽 건설 가속화를 강조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트럼프는 최근 WSJ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입성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겠지만 이것과 관련해 중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중국에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의지가 한풀 꺾였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제이콥 루 前재무장관은 트럼프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을 환율조작과 동일시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루 전 장관은 ‘최근 18개월 동안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보인 행동은 교역에서 불공정 이득을 보기 위한 움직이던 행태에서 멀어졌음을 보여준다’며 트럼프의 중국 환율조작국 주장과는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므누신 내무장관 내정자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는 전제하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어, 명분과 근거 없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단행하진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강달러 비난 발언에 대해 므누신은 트럼프가 말한 의도는 단기적인 강달러를 의미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달러화의 강세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환율 조작국 지정을 강행한다면 미국 또한 피해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비상시‛ 사용 가능한 ‘150일간 특정 물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20%로 미국의 대중 의존도인 10%보다 낮아 무역전쟁 발발시 중국이 더 큰 타격을 입겠으나 미국이 감내해야 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①중국이 쓸 수 있는 무역압박 카드는 다양하다.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약속했던 보잉사 비행기 300대 구매(380억 달러 규모)를 경쟁사인 유로 버스사의 것으로 대체할 수 있고, 애플, 월마트, GM 등 중국에 상주해 있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미국 전체 수출의 1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금지, 미국산 물품(자동차, 농산물)에 관세 부과 등의 조치 또한 가능하다. ②또한 중국산 물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③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1조$ 가량의 미국채 매각 카드도 미국에 대한 커다란 압박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재정 정책과 감세 정책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성장이 고물가와 고금리로 둔화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 결론: 환율조작국 지정보다 실익 챙길 카드로 활용할 듯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 재무부가 작년에 환율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조건에 들기 위해 충실하게 이행해 온 중국에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들의 통화 약세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발 달러 강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고 특히 중국은 1조달러 가량의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면서까지 위안화 약세 방어에 나서왔기 때문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에는 명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지정시 중국의 강한 반발과 함께 양국간의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가 패자가 되는 싸움이다.
트럼프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사업가 기질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서로 피해를 보기보다 다방면의 압박을 통해 실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선 이후 ‘하나의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 좋은 예이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하나의 중국’ 지지해온 이후 처음으로 트럼프가 당선 직후 타이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바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왔고 미국도 이러한 전제를 전적으로 부인해 관계를 악화시킬 의도가 없다. 결국 향후 중국과 보다 원활한 무역협상을 위해 가벼운 압박 카드 정도로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트럼프는 이미 전세계 기업들의 순응하는 모습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원했던 강한 미국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는 $500억 투자를 약속했고 중국 알리바바는 미국내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LA 가전 생산공장 확장을 결정했고 동남아 등지의 일부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LG전자도 해외공장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크라이슬러는 미국에 10억 달러 투자와 공장 이전을 약속했고 포드와 GM도 멕시코 공장 이전을 백지화한 뒤 미국에 공장 신설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세계 주요 기업들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의 체면을 세운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할 가능성이 낮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얻을 것이 없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아닌 중국에 환율 압박+무역 압박을 통해 양자간의 무역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7일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카라무치는 특사 자격으로 참석해 ‚미국과 차기 행정부는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바라는 건 더 균형을 이루는 무역‛이라는 점을 강조해 중국과의 대립구도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만약 트럼프가 굳이 본인이 했던 발언에 대해 생색을 내고 싶다면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룰을 추가해 (예를 들어 주요 관찰대상국과 환율조작국 사이 새로운 명칭 부여 또는 더 높은 대미무역 흑자 기준 또는 미국의 일정 GDP %로 적용 등) 체면을 어느 정도 챙기고 중국의 투자와 미국산 수입확대 약속 등의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결과적으로 해가 될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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