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직면하게 될 도전 - 일본의 경험에서 얻는 교훈(Korea’s Challenges Ahead—Lessons from Japan’s Experience)』이라는 제목의 IMF 보고서(working paper)가 발간됐다. 보고서 내용 가운데 서문 및 결론 부분을 요약ㆍ번역해 소개한다. "한국이 일본된다"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결정론 형식의 논리를 싫어하지만 그런 우려는 현실적인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또 한국이 과거 일본과 유사한 특징을 많이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과 유사한 특징을 많이 보인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처럼 되지 않을 교훈을 도출할 기회가 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 소개하는 보고서의 결론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다. 일본의 실패는 한국의 운명이라기보다는 한국에게 교훈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해야겠다. 시간을 내서 보고서 전체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특히 참고서적 목록만 해도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보고서 링크를 맨 아래 공유한다.)
▣ 서론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추세 및 경제 환경은 일본과의 비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이 현재 혹은 미래에 처하게 될 문제 가운데는 일본이 과거에 처했던 것과 유사한 것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 감소하기 시작할 총인구, 잠재성장률의 급격한 하락,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둔화 등이 그런 사례다. 한국은 과연 일본이 겪었던 장기간의 저성장-저물가 기조에 들어설 것인가?
양국 경제를 비교하기 전에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위기를 처음 촉발한 것은 1990년대 초 주식시장 및 부동산시장 버블의 동시 붕괴였다. 이후 우선 성장률 정체기가 이어졌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평균 4% 선을 기록했던 성장률은 1991년부터 1994년 사이 평균 1.5%까지 떨어졌다.
이후 적극적인 금리 인하와 성공적인 재정 확대 정책으로 성장률은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곧이어 터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충격을 받게 된다.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자산 버블 붕괴로 대규모 부실채권을 안고 있었으나 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기관들 사이의 신뢰도 하락은 심화됐으며 금융산업의 대규모 도산과 신용 경색이 발생하게 됐다.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극심해 GDP는 1998년과 1999년 수축했다.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 아닌가 하던 즈음 2000년 3월의 세계 닷컴 버블 붕괴라는 악재를 만나 일본 경제시스템은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기업 및 은행권 대차대조표 회복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은 2002~2003년 무렵이나 돼서야 가능했다.
이후 몇년간 경제 회복이 유지되며 드디어 일본 경제가 수렁에서 탈출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세계적 경제 침체로 일본 경제는 다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어 2010~2011년 성장률이 회복되기도 했으나 2011년 발생한 지진으로 경제는 다시 큰 손실을 입었다. 2012년 말 발표된 재정 부양-통화 완화-구조 개혁을 한 데 묶은 대대적 정책 패키지가 시행 중이지만 아직은 지속 가능한 경제 회생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경험에서 한국이 배울 점은 많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다분히 연이어 터진 외부 충격 탓이 크며 그런 점에서 일본에 국한된사례일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 국내 부문의 취약성, 정책 선택 등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일본의 사례에서 한국이 얻을 교훈을 찾아내기 위해 본 보고서에서는 주로 인구 구조, 잠재성장률, 대차대조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 등의 측면에서 양국 사례를 비교해 보았다.
▣ 결론
인구 고령화, 인구 감소 시작, 구조적 문제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의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과 강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서 본격적인 인구 고령화가 막 시작된 한국은 상대적으로 기업 및 공공 부문 대차대조표가 훨씬 건전한 편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대차대조표 개선 지연은 다른 구조적 문제와 어우려져 장기간 성장 정체에 큰 기여를 했다. 한국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축소 및 서비스업 경쟁 촉진 등을 위한 개혁이 필수적이다.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을 유지하는 데 생산성 향상은 더욱 중요해졌다.
본 보고서에서 사례로 소개되고 있듯이 한국의 경우 상부 네트워크 부문의 규제 완화를 통해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을 연 0.2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 여력이 강력한 만큼 한국은 재정정책을 통해 구조조정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부작용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거시건전성 규제 조치를 단계적으로 도입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은 이런 거시건전성 규제 조치를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계속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낮은 상태지만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인구 고령화는 향후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을 가할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 초반 처했던 상황과는 달리 한국의 근원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물가가 실제로 하락한 품목은 세계 석유가격 급락에 영향을 받은 소수에 국한됐다.
본 보고서에 소개된 연구 결과 2012~2015년 사이 한국의 인플레이션율 하락은 거의 전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유휴생산능력, 세계 석유가격 급락, 그리고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 것이며 세계화로 인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향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한국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은 향후 5년간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유지시키는 것을 감안해야 하며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개혁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보고서 원문: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P/Issues/2017/01/18/Koreas-Challenges-Ahead-Lessons-from-Japans-Experience-4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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