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은 1997/98 외환위기 이후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다가 2008/09 미국발 금융위기 기간에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에는 신흥국과 선진국 중간에서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책 당국은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과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연구보고서와 지적을 참조해 지속적으로 대외건전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해 왔다.
그 결과 최근에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져도 한국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지표가 안정돼 있어도 공포심리가 확산하고 투자자들이 동시에 이탈하면 일시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대외건전성 지표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소개한다.
① 부도 헤지 비용으로 통하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한국 외화 국채의 경우 역대 최저 수준에서 중국, 일본과 나란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외화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려 700bp까지 치솟아 사실상 부도 상태처럼 보였지만, 이후 하락해 200bp를 넘지 않았다. 최근 한국 외화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50bp 미만을 나타내고 있다.
② 이렇게 한국 외화 국채가 국제적으로 높은 신뢰를 얻은 것은 그만큼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낮은 단기외채 부담이다. 외환보유액은 꾸준히 늘고 단기외채는 억제돼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08년 3분기 말 80%에 육박했으나 2016년 1분기 27.5%까지 하락했으며, 현재는 소폭 상승해 31.9% 수준에 머물고 있다.
③ 단기 외채 부담이 낮아진 데는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가 큰 역할을 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면서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늘었고 외채 수요는 줄었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4분기 합계 기준으로 2008년 잠깐 적자를 보였고 이후 흑자를 회복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후 경상수지 흑자 폭은 확대돼 2016년 2분기(4분기 합계 기준)에는 무려 1089억달러에 달했다. 최근 그 규모는 다소 낮아졌으나 올해 2분기 현재 69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④ 한편, 한국의 국내 저축이 급증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규모는 물론 사적 연금 규모도 급증하면서 대외 투자도 크게 늘었다. 그에 따라 한국 전체적으로 해외 금융자산 보유액에서 외국인의 국내 금융자산 보유액(대외부채)을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3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후 급격히 순자산 규모가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무려 4362억달러에 달했다. 한국 기관 및 투자자들이 해외에 보유한 투자자산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4000억달러 이상 많다는 뜻이다.
⑤ 흔히 높은 가계부채 부담이 한국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히곤 한다. 심지어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 두 차례 금리 인상은 모두 가계부채 억제가 가장 큰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현재 160%에 육박해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물론 최근 당국의 노력으로 이 비율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여전히 부채 증가율이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에는 부채 증가율이 높은 것보다 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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