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연구원은 격월간 보고서인 『미래전략산업 브리프』 6월호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첨단 분야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일본이 실패했던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서 교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체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양자기술 분야 등 신산업 동향을 짚어주는 부분도 포함돼 있으며, 방대한 분량이지만 보고서가 공개돼 있으므로 보고서 전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링크는 이 글 맨 아래에 공유).
미ㆍ중 대립 이후 첨단 분야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산업에서 일본의 실패가 재주목 → 일본의 쇠락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3(기술ㆍ투자ㆍ시장)+1(정책) 역량’ 바탕의 ‘新비즈니스모델 및 시장 대응’ 전략이 중요
■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은 시장 개화와 초기 성장을 주도 → 그러나 빠르게 한국에게 추월당한 이후 쇠락한 상태
- 1980년대 반도체의 주력이던 메모리는 1980년대 중반 종주국인 미국을 누르고 일본이 세계 1위에 올랐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약화되기 시작
- 일본 반도체는 2013년 처음으로 산업 전체 기준으로 한국에 추월 허용(IHS 테코놀로지)
- 투자 지연(256K D램 투자 포기) → 64M D램 개발부터 한국에 추월 → 한국의 과감한 선제투자 지속으로 경쟁력 상실
- 세계 반도체 10대 기업에서의 일본기업 수: 0사(1975) → 6사(1990) → 4사(1995) → 3사(2006) → 1사(2015, 도시바) (IC Insights)
- 2000년 전후 일본 반도체 업체의 상당수는 D램에서 철수해서 비메모리(SoC)로 방향을 전환하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
- 디스플레이는 LCD의 대형화 추세를 오판하면서 대규모 투자 시점을 실기 → 한국에 생산능력 추월 허용 → 2002년 한국에게 1등 추월 → 가격과 생산 규모 양변에서 경쟁력 상실
- LCD 시장에서 샤프(매각), 소니,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들이 차례로 철수하였으며, LCD 부활을 목표로 소니, 히타치, 도시바 사업부를 통합한 JDI를 2012년 설립하였지만 결국 중국 자본을 수혈하며 자립에 실패
- 이어서 LCD 몰락을 OLED에서 만회하기 위해 정부기관(산업혁신기구)의 주도로 소니, 파나소닉, JDI가 출자하여 2015년 JOLED를 설립하였으나, 오판의 연속으로 사실상 시장 확보에 실패하고 금년 파산 신청
■ 일본 산업의 쇠퇴가 주는 시사점
- 일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두에서 ‘소재도 기술도’ 갖추고 초기시장의 성장에 기여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탈락하는 궤적을 그렸다는 유사한 패턴을 나타냄.
- 첨단기술이자 대규모 장치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기술력, 자금력, 시장개척력 등 3개의 힘과 정책지원 등 ‘3+1 역량’을 모두 갖춰야 글로벌 경쟁력 유지가 가능
- 차세대기술 개발, 상업화 적기 투자, 수요산업과의 강한 연계 및 시장지배력 확보 등의 지속이 중요
- 일본은 ‘기술제일주의’ 표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고객 확보 실패 → 수익성 악화 → 투자 실기 → 경쟁력 상실이라는 악순환을 초래
- 일본 대기업들은 기존 질서에 머무르길 선호하며 이에 따라 기존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미흡
-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모두 시장보다 기술에 집착한 탓에 기술을 확보했으나 시장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두 일본 정부는 경쟁력 약화 대응책으로 시장 트렌드에 반하는 기업의 합병을 유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함으로써 정책적 판단 착오를 범함(엘피다, JOLED 등).
-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두 일본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지만 언제든지 일본의 전철을 밟아 후발자에게 추월당할 수 있는 산업 격변기에 위치
-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개발과 생산 확대(메모리), 일본이 대만 TSMC 공장 유치, IBM 등 미국기업과의 제휴 강화(비메모리) 등으로 부활 모색 중: 특히 우리나라가 중점 육성하는 비메모리는 미중 대립의 영향으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상황
- 디스플레이는 LCD에서 이미 한국을 넘어섰으며, 차세대인 OLED에서도 중소형에 이어 대형까지 투자를 강화하며 한국을 추격 중: 2021년 중국의 시장점유율(산업 전체 매출)이 한국을 추월하여 위기 고조
- 시장점유율(2020 → 2021): 한국 36.8% → 33.3%, 중국 36.7% → 41.3%(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 엔비디아, 애플은 혁신자로서의 미래지향적 시사점을 제공
- 엔비디아는 생산을 위탁하는 팹리스의 발상 기업이자 집념의 성능 향상 추구기업이 되면서 AI용 반도체의 세계시장을 80% 이상 점유
- 첫째, TSMC와의 위탁생산 제휴를 성사시킨 반도체 분업모델(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분업화)의 선구자 → 자원을 설계에 집중함으로써 오늘날 독보적 GPU 지위의 토대를 구축
- 둘째, 끊임없는 성능 향상과 코스트 삭감에 매진 → 수많은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
-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강건한 생태계 구축과 적극적 제휴 시급, 특히 후공정에서의 차별화된 신기술 개발 시급 →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성장역량 강화 기회
- 애플은 최근 마이크로 OLED를 채용한 MR 기기 헤드셋을 공개하면서 기존 평판형 디스플레이 개념을 전환
- (디스플레이) 2차원적 부품에서 탈피하여 stand-alone형 제품화, 시장창출형 폼팩터로 진화해야하는 대(大)도전에 직면한 상태 → 혁신적인 新시장 개척 가능성을 제공
■ 한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은 새로운 위협 요인들의 등장으로 혁신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 → 일본 쇠망의 답습 가능성을 차단해야
- 반도체는 경기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 의존도를 축소하고 시장이 훨씬 큰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 → 중국은 2024년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17%로 성장할 가능성
- 시스템반도체 대응 전략 강화 필요: 세계 반도체산업 전체 매출 중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의 비중은 1980년대 중반에는 70%대 30%로 메모리의 비중이 컸으나, 2022년에는 30% 대 70%로 대전환
- (위협요인 증대) 3개 보석(대규모 투자, 생산 노하우(수율), 고객 신뢰)을 갖춘 TSMC의 파운드리 독주, 취약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파운드리 재건을 노리는 인텔의 공격적 투자, 미중 대립 속 일본의 반도체 부흥 모색,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전력투구, 메모리의 기술 격차 축소 등
- 디스플레이는 중국에게 LCD 시장을 이미 빼앗긴 가운데, OLED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 절대우위 상태이지만, 중소형은 중국의 본격 추격이 시작되었고 대형 OLED에서도 전략적 투자가 전개 → 중국과의 격차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
- (위협요인)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금지원하에 중국의 OLED 기술력 향상 및 대형패널 생산능력 확대, 중국 내 안정적 수요 기반 확보, 중국 BOE 제품의 애플 납품 현실화로 한국시장 잠식 시작 단계
■ 일본의 쇠락을 답습하지 않기 위한 한국 산업의 발전 방향: ‘시장 변화 적응, 정책 지원’의 두 바퀴 균형이 타개의 관건
- 차별적 기술 보유 해외기업과의 제휴는 물론 특히 ‘국내기업 간’의 취약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활성화가 시급: 미래의 산업경쟁 환경에서 다차원적인 ‘제휴와 공동 대응’은 지속성장의 필요조건
- XaaS, 클라우드에 이어 새로 등장한 생성형 AI, 양자컴퓨터는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또다시 급변시킬 것으로 예상 → 新비즈니스모델 창출에 역점
- 글로벌 고객사 확대ㆍ개척 차원의 공동개발과 신뢰성 확보 강화: 세계시장이 승자독식이라는 새로운 룰의 격전장으로 변모함에 따라 수요처와의 연계성 강화를 통한 대량생산 기반 구축은 향후 생존의 키로 작동할 전망
-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감 있는 혁신마인드를 강화하여, 선도자 포지션에서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필요: 제품의 혁신성 강화, 다양한 글로벌 혁신인재의 흡수, 기술의 최고성-최적성 간 조화 등
- 반도체는 융합적 생태계 구축, 디스플레이는 3차원적 산업개념 재정립을 통한 새로운 수요시장 창출이 긴요
- 세계 1등산업으로서의 경쟁력 유지를 뒷받침하는 산업지원정책의 지속성 및 체계성 확립이 매우 중요: 정책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 호흡의 육성전략을 수립
-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현상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수반되고 있다는 점 → 첨단산업은 국가 차원의 경쟁구도로 심화되는 양상임에 주목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