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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은행들이 저평가된 배경은?

※ 한국에서 금융산업의 성장 경로와 규제 방식,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 시장 규모 등은 아주 특별한 편에 속한다.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인데다가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에도 나름대로 혁신 노력을 통해 성장 동력을 계속 발굴하려 노력하는 가운데에서도 금융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은 높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물론, 압축성장 과정에서 금융산업을 철저히 국가경제의 양적 성장에 동원했던 전례나 금융 소비자들의 서구 금융산업에 대한 경험 부족 등이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환경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금융산업에 대한 강한 규제로 금융위기 위험이 억제된 측면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에서는 한국의 은행들이 비교 가능한 해외 은행들에 비해 저평가된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 출처: www.educba.com)

■ 최근 “The Banker”誌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100대 은행」중에서 국내은행, 그리고 국내은행과 영업모델이 비슷한 해외은행 간 자본비율을 비교해 보면 국내은행이 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건전성 측면에서는 국내은행이 양호한 상황임.
  • 한국은 6개 금융회사(KB금융, 신한금융, 산업은행, 하나금융, 우리금융, 기업은행)가 포함.
  •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한 국가(한국, 미국, 영국, 일본)의 은행지주회사 중 투자은행/신탁/할부금융 등에 특화한 은행지주를 제외한 은행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회사인 은행을 분석.
  • 글로벌 100대 은행에 속한 국내은행 BIS 총자기자본비율(2022년말 기준)은 평균 15.9%로 미국(13.9%), 일본(13.7%) 등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은행 대비 높은 수준임.


■ 그러나 시장에서 인식하는 국내은행의 기업 가치는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 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으로 판단됨.
  • 「글로벌 1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Ratio, 이하 “PBR”) 평균치(2022년말 기준)는 0.32배로서 영국(0.56배), 일본(0.57배), 미국(0.98배) 등 국내은행과 영업모델이 비슷한 해외 은행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
  •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서 자기자본 장부가대비 시장가의 비율임. PBR이 1배 이상(이하)일 경우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 현재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장부가 이상(이하)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시장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됨.
  • 은행산업 전체 PBR도 국내는 2011년 이후 1배보다 낮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2022년말에는 0.39배 수준을 보이고 있음.


■ 국내 은행산업 PBR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① 수익의 지속 가능성 저하 ② 낮은 배당성향 ③ 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에 따른 수요 제한 등이 제기되고 있음 (서병호 ⋅ 권흥진(2020), “OECD 회원국 은행그룹의 PBR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 KIF 연구보고서 2020-05)
  • 특히 이자이익 비중이 높아 경기순환상의 금리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 수익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
■ 최근 국내 은행산업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제시된 만큼 영업모델 다각화에 따른 수익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통해 은행산업 PBR이 개선되는 등 은행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임. (금융위원회(2023.7.5일자 보도자료), “은행권 경영 ⋅ 영업관행 ⋅ 제도개선 방안”)
  • 정부는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 확대 등을 통해 은행권 업무의 수익원 다변화를 도모
  • 특히 자산관리 서비스가 투자자문업 활성화, 신탁업 혁신 이외에 투자일임업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은행 기업가치 제고에 긴요할 전망
■ 또한 유로 지역의 리투아니아(5월) 및 이탈리아(8월)가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은행 초과이득세(windfall tax)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있으나 중앙은행 통화정책, 은행 자금조달 전략 및 사회공헌활동 등에 있어 한국은 유럽과 다른 상황인 만큼 도입 필요성이 높지 않아 국내은행 PBR 상승 가능성을 제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됨. (법인세법 개정안(2022.9.1일, 용혜인 의원)은 2022년부터 3년간 은행 및 석유 사업자에게 과거 소득에 비해 증가한 이익분에 대해 약 50%의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 7월에 11년간 제로 수준에서 유지해오던 정책금리를 처음으로 인상하기 시작하여 올해 9월에 4.50%까지 인상하였으나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andemic Emergency Purchase Programme), 은행 대출 관련 유동성 공급(Targeted Longer-Term Refinancing Operations) 등 양적완화 정책을 여전히 병행하면서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음.
  •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는 2020년 3월에 기존 프로그램 관련 조건(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완화하고 신축성(매입 시기, 자산 종류, 대상 국가 등)을 높여 도입된 자산매입프로그램으로 2024년말까지 지속될 계획
  • 은행 대출 관련 유동성 공급(TLTROs)은 은행이 취급한 특정(targeted) 대출의 일부를 ECB가 지원하는 정책으로 그동안 정책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지원되다가 2022년 11월부터 정책금리와 연동되도록 변경되었음.
  • 이에 따라 유로 지역 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하여 ECB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에도 예금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이런 상황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초과이익세 도입이 진행되었음.
  • 예를 들면, 중앙은행 정책금리 인상이 은행 예금금리 인상으로 반영(pass-through)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예금베타(Deposit Beta)를 보면 초과이득세가 도입되었던 이탈리아(11%) 및 리투아니아(21%)의 경우 은행 관련 초과이득세 논의가 없는 영국(43%), 미국(25%)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임.
  • 예금베타: 중앙은행 정책금리가 50 bps 인상될 때 은행 예금금리가 25 bps 상승하면 예금베타는 50%임. 예금베타는 유로지역(2022.6월∼2023.5월), 영국(2021.12월∼2023.5월), 미국(2022.3월∼2023.3월) 등 각국별로 정책금리 인상시기에 계산되었음.
  • 반면, 국내은행은 예금베타(2022년 기준)가 신규취급기준 118.2%, 잔액기준 62.2%로 유로 지역 은행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취약계층 등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어 ECB 양적완화 조치에 기인하여 예금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었던 유로 지역 은행과는 제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초과이득세 논의의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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