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미국, 일본 정상이 3국 협력 관계 강화에 합의한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군사협력 강화에 합의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3국 군사협력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북・러 군사협력의 배경과 전략적 의미』라는 보고서에서 북-중-러 3국 군사협력 관계 성립 가능성 등에 관한 견해를 정리해 제공했다. 여기서는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사진 출처: asia.nikkei.com) |
북・러 군사협력의 전략적 의미
2023년 2월7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시작된 김 총비서의 ‘전쟁준비태세’ 강조 방침은 동년 7월 26일 러시아 쇼이구 국방장관의 방북과 군수 무기 생산량 확대 지시 그리고 9월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으로 구체화되었다.
김 총비서는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북한 쇼이구 국방장관을 ‘평양무장장비전시회-2023’에 초대하여 북한 무기를 직접 소개하였으며, 8월 초에는 강계지역 군수공장에 대한 현지지도를 실시하여 “(무기)생산능력 확대”를 적극 독려하였다.
또한 김 총비서는 군수 무기 대량생산의 목적이 ‘전쟁준비’에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여 ‘전군지휘훈련’ 장면도 최초로 공개하였다. 그리고 9월13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정찰위성을 포함해 민감한 분야의 군사협력에 합의하였다. ([표 1] 참조)
미국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먼저 제이크 설리번(J. Su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 국무부 베단트 파텔(V. Patel) 부대변인도 “주저하지 않고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양국간 군사협력으로 공식화되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에 포탄을 비롯한 각종 재래식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지난 8월 김 총비서의 군수공장 현지지도에서 소개된 주요 무기들은 러시아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재래식 무기 지원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과 미사일과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은 정찰위성 기술이전이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은 “공개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김 총비서가 지난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공언했던 핵 관련 기술 중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핵추진 잠수함과 대미 직접 타격이 가능한 ICBM의 재진입 기술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 총비서는 이번 무기 거래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보상과 식량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총비서가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얻게 될 더 중요한 전략적 이익은 김 총비서가 이미 한・미・일 삼각 공조를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군사 블록으로 규정한 만큼 이를 명분으로 전통적인 북・중・러 삼각공조의 복원을 추진함으로써 중・러 양국 사이에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중・러 군사협력의 한계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군사협력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관계없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북・러 군사협력을 넘어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장하는 데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러 군사협력이 북한의 전략적 의도에 따라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간다면 이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북・중・러 협력 복원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우리 안보 지형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북・러 군사협력이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한・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김 총비서가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경제 및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대하여 지속 가능한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억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