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듯 저자는 독립운동가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우당 문형모(憂堂 文亨模, 1875∽1952)의 증손으로서 어쩌면 이 책은 자랑스러운 조상들의 노고를 가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쓰기로 한 것은 "우리 역사의 못난 부분도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못난 부분을 드러내고, 왜 그렇게 됐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고 "실수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드물 뿐 아니라 과학적 원리를 잘 적용했다는 한글을 만들고 유교의 좋은 면 가운데 하나인 부모에 대한 효(孝)를 강조하는 문화를 보존해 온 것을 우리는 자랑으로 여긴다. 잡음은 있었지만 조선 왕조는 오랜 기간 정통성을 유지했고 어지러운 시기마다 뛰어난 학자와 정치이론가들이 등장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때로는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조선은 너무나도 힘없이 우리가 그토록 야만족으로 취급했던 제국주의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고 국토는 유린당했다. 이 모든 비극을 못된 일본과 순진한 조선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