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이 발달하기 수십년 전 성장기를 보낼 때만 해도 '빚'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빚을 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소득이나 자산이 부족한, 즉,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따라서, 웬만하면 빚을 지지 말고, 꼭 필요해서 졌다면 빚을 최대한 빨리 변제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 환경도 달라졌다. 게다가,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 자본 규모나 영업 실적에 비해 부채가 과다한 재벌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채권자에 의해 강제로 매각되는 사례가 줄을 이었을지언정, 정작 나라가 망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남미의 몇몇 나라들은 오늘까지도 여러 번 사실상의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