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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배당 투자 바로 알고 바로 하자 -- 한화 박성현 님

(※ 한화투자증권 박성현 연구원님의 『배당 투자, 바로 알고 바로 하자』라는 보고서를 소개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주제면서도 그 핵심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은 면이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개인적으로도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개한다.)

※ 배당 투자, 바로 알고 바로 하자

우리나라는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야 했고, 그 결과 높은 영업 성장을 통한 주가 수익을 주주에게 안겨 주었다. 동 기간 동안 기업도 주주도 배당에 대한 관심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성장이 가로막히고, 내수 또한 부진에 빠지면서 배당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곳이니, 무언가 기대감이 형성되고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실제는 기대만큼 급하게 바뀌는 법이 아니다. 본 코멘트를 통해 배당 이슈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고, 배당 투자에 대한 짤막한 지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오해: 배당 확대만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배당을 확대하는 것만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의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주주가 주식을 가짐으로써 얻는 이익을 주주 가치라 할 수 있는데, 일반 투자가의 입장에서는 1) 주가 차익과 2) 배당 수익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통상 성장주에 투자하는 주주는 성장과 주가 차익을, 성숙기업에 투자하는 주주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선호할 것이다.

대표적 성장주인 애플의 사례를 보자. 애플 또한 2012년 3월 대규모 배당 및 자사주 확대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2013년 나스닥지수가 급등하는 기간 동안 애플의 주가는 철저히 소외되었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대주주 칼 아이칸 측이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나서야 주가가 상승 추세를 회복했음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애플에 투자하는 다수의 주주들은 여전히 배당보다는 투자와 이를 통한 자본 차익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번째 오해: 한국 기업들은 지나치게 배당에 인색하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 정책을 비판할 때, 많은 이들이 ‘낮은 배당성향’을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의 배당성향은 중국,인도,러시아와 더불어 G20 국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기업 중에 배당을 하는 기업의 비중은 한국이 글로벌 탑 수준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배당 지급 기업 비중은 67.9%에 달한다. 미국의 38.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소위 ‘찔금 배당’을 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고성장 인터넷 기업들도 몇 백 원의 배당은 꼭 한다). 

애플의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성장하는 기업들은 투자에 집중하고, 성숙 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은 배당을 충분히 지급하는 것이 옳다. 그런 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문제는, 배당에 인색한 것이라기보다는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적절한 배당 정책이 미비한 것이 문제다.

세 번째 오해: 유보율이 높은 기업이 배당 확대에 나설 것이다 

새 경제팀이 기업들의 배당을 유도하는 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잉여를 쌓아 놓고 있으면서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사내 유보율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내 유보는 간단하게 말해 세금과 배당, 상여 등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금액을 말한다. 이는 재무상태표 대변에 위치한다. 기업이 사내 유보를 어떤 방식으로 가지고 있는 지는 반대편인 차변을 보면 되는데, 대부분 당좌자산, 투자자산, 유형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사내 유보금이나 유보율이 많으니 향후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는 인식은, 해당 기업이 투자자산이나 유형자산을 팔아 치워서 배당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것과 동일하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네 번째 오해: 한국기업들의 현금 흐름은 괜찮다

배당의 확대나 지속성을 점검할 때는 해당 기업의 현금 흐름을 보는 것이 옳다. 특히 영업의 지속을 위해 쓴 자금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통상 한국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양호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삼성전자 등 몇 개 기업을 제외하면 사정은 다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IT와 경기소비재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의 부침이 명확하며, 소재와 산업재의 그것은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업을 제외할 때, 그나마 통신업 정도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정도다.

한국 기업들이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배당을 어떻게 실시하고 있는 지는 [표 1]을 보면 알 수 있다. 각 섹터별로 연도별 배당액을 잉여현금흐름으로 나눈 값이다. 잉여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하면 황색으로, 마이너스 잉여흐름에서 배당을 실시하면 청색으로 표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통신업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팍팍한 현금흐름 속에서 배당을 실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오해: 성장주의 시대가 가고 배당주의 시대가 열렸다 

최근 배당 관련 심포지움에 참석한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배당을 연구한 지 십여 년이 넘었지만, 증권업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우리를 불러 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곱씹어 보면, 국내 증시 참여자들이 그간 배당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적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증시에서의 배당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한국 기업들이 성장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이고, 시장 참여자들의 배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니, 이제 배당 투자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본다. 기대감과 수요라는 바구니는 커졌으나, 바구니에 담을 과일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배당주라고 불리려면 적어도 시중금리보다는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코스피 상장 기업 중에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지급하는 기업의 비중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감소했다(그림 2 참조). 배당 성장의 근간이 되는 기업 이익의 성장과 원천이 되는 잉여현금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원하는 만큼 바구니를 가득 채우기 힘들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금리를 낮춰주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림으로써 배당주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 배당 투자,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나 

첫째, 배당이 옳고 투자는 나쁘다는 이분법적 인식을 버려야 한다.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가 나오는 인터넷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것을 반길 일이 아니다. 그 돈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많은 성장을 해서 자본차익을 주는 것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일이다. 배당이 적거나 없더라도, 적절한 밸류에이션 하에서 성장하는 기업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글로벌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바, 그간 환율 이슈와 수출 부진으로 낮은 가격에 머물러 있었던 저 PBR 수출주에 대한 관심도 끊지 말기를 바란다.

둘째, 장기 투자 종목과 트레이딩 종목을 선별하자. 

꾸준히 누적된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현재에도 높은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배당의 지속성과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은 장기 투자가 답이다. 코스피 200종목에서는 KT&G, SK텔레콤, 한국쉘석유 정도가 보인다. 이 외에 정부 정책에 따라 배당 확대가 기대되는 종목들, 기업 승계 관련 배당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거론되는 종목들은 트레이딩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셋째, 배당에 대한 인센티브나 패널티 정책보다는, 합리적인 배당 의사 결정 문화의 정착 여부를 살펴가자. 

소액투자가나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배당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업은 라이프사이클에 따라서 충분한 투자 또는 배당을 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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