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두 달째 만장일치로 유지했다. 이날 회의 직후 열린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은 4월 취임 이래 가장 방향성이 없는 것이었다. 그에 앞서 11월에도 기준금리는 만장일치로 동결됐고 당시 기자회견도 큰 특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당시는 10월 금리 인하 직후여서 관행상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달 기자회견은 다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이 총재는 35년간 한국은행에서만 근무한 경력, 전임 김중수 총재가 자타가 인정하는 친정부적 인사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취임 당시만 해도 큰 관심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총재가 전임자보다 정부와 한은 사이에서 보다 균형잡힌 정책 기조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가운데 이 총재는 4월 취임 후 첫 정책 기자회견에서 경기 및 물가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드러내며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런 분위기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5월에도 이어졌으며 이 총재는 강경한 견해를 유지했다. 하지만 6월과 7월 들어 이 총재는 경기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으며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금통위는 급기야 8월에는 기준금리를 1년 3개월 만에 인하했고 10월에도 추가로 인하했다. 나는 이런 일련의 변화 추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금통위의 구성 내역 및 원리를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통위는 정부의 직접 개입을 배제하고 정책의 중립성을 보장기 위해 정부 관료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의장인 총재와 총재가 지명해 임명되는 부총재 그리고 제3의 위원 등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위원은 직ㆍ간접적으로 정부측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총재 몫으로 임명된 위원과 나머지 가운데 3명의 위원은 전임 총재 시절 임명됐다.
물론 이 총재가 자신보다 먼저 임명된 위원들을 완전히 장악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는 아직 적다. 다시 정리하자면 현재 7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은 전임 총재 시절 임명됐으며 또 다른 한 명은 비록 현 총재 취임 이후 임명됐지만 본인이 지명한 위원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은 김 전 총재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주도권을 유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전 총재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데다가 스스로 정부 정책과의 협조를 공언했으며 금통위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했다. 더구나 당시 대통령은 위원 가운데 한 명이 공석이 됐는데도 자리를 2년 정도 비워두었다. 결국 위원이 6명이라는 점은 김 전 총재로서는 자신의 리더십을 더욱 강력히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김 전 총재 시절과 비교할 때 현재의 금통위는 총재 1인의 견해보다는 위원들의 견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앞으로 금통위의 정책 결정을 이해하고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의사록에 나온 위원들의 견해에 보다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달 초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향후 정책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당분간 금통위의 정책이 경제지표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는 점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설명이 맞는다고 해서 이 총재의 스타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는 보통 어떤 기관장의 성향을 얘기할 때 소위 '화끈한' 스타일의 소유자에게 높은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화끈한 스타일보다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기관장을 더 높이 평가한다. 더구나 한은 총재처럼 중요한 자리일수록 무엇보다 현실적인 성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의 대결적 구도를 강조하거나 반대로 정부와의 협조를 강조하는 태도는 두 가지 다 현실적인 태도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한국은행법 가운데 정책 수립과 관련한 중요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이 총재는 35년간 한국은행에서만 근무한 경력, 전임 김중수 총재가 자타가 인정하는 친정부적 인사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취임 당시만 해도 큰 관심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총재가 전임자보다 정부와 한은 사이에서 보다 균형잡힌 정책 기조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가운데 이 총재는 4월 취임 후 첫 정책 기자회견에서 경기 및 물가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드러내며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런 분위기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5월에도 이어졌으며 이 총재는 강경한 견해를 유지했다. 하지만 6월과 7월 들어 이 총재는 경기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으며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금통위는 급기야 8월에는 기준금리를 1년 3개월 만에 인하했고 10월에도 추가로 인하했다. 나는 이런 일련의 변화 추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금통위의 구성 내역 및 원리를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통위는 정부의 직접 개입을 배제하고 정책의 중립성을 보장기 위해 정부 관료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의장인 총재와 총재가 지명해 임명되는 부총재 그리고 제3의 위원 등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위원은 직ㆍ간접적으로 정부측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총재 몫으로 임명된 위원과 나머지 가운데 3명의 위원은 전임 총재 시절 임명됐다.
물론 이 총재가 자신보다 먼저 임명된 위원들을 완전히 장악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는 아직 적다. 다시 정리하자면 현재 7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은 전임 총재 시절 임명됐으며 또 다른 한 명은 비록 현 총재 취임 이후 임명됐지만 본인이 지명한 위원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은 김 전 총재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주도권을 유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전 총재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데다가 스스로 정부 정책과의 협조를 공언했으며 금통위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했다. 더구나 당시 대통령은 위원 가운데 한 명이 공석이 됐는데도 자리를 2년 정도 비워두었다. 결국 위원이 6명이라는 점은 김 전 총재로서는 자신의 리더십을 더욱 강력히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김 전 총재 시절과 비교할 때 현재의 금통위는 총재 1인의 견해보다는 위원들의 견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앞으로 금통위의 정책 결정을 이해하고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의사록에 나온 위원들의 견해에 보다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달 초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향후 정책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당분간 금통위의 정책이 경제지표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는 점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설명이 맞는다고 해서 이 총재의 스타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는 보통 어떤 기관장의 성향을 얘기할 때 소위 '화끈한' 스타일의 소유자에게 높은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화끈한 스타일보다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기관장을 더 높이 평가한다. 더구나 한은 총재처럼 중요한 자리일수록 무엇보다 현실적인 성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의 대결적 구도를 강조하거나 반대로 정부와의 협조를 강조하는 태도는 두 가지 다 현실적인 태도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한국은행법 가운데 정책 수립과 관련한 중요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이렇게 법조항을 여기에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쉽게 언급하는 한은의 '독립성'이라는 것이 사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때에 따라서는 잘못 쓰이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모두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며 금통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통위가 정부 견해에 완전히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는 정도의 독립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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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조(한국은행의 중립성)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제4조(정부정책과의 조화 등) ①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②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시장기능을 중시하여야 한다.
제5조(한국은행의 공공성·투명성) 한국은행은 그 업무수행과 기관운영에 있어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