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란 전통적인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어 개발된 ‘인간의 외모나 행동을 모방한 로봇’으로, 현재까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바퀴주행형, 감정소통형, 2족보행형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 가운데 2족보행형이 범용성이 가장 높지만, 제조원가와 개발 난이도 증가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 단점이다. 물론, 최근 급속도로 진행 중인 기술 개발로 가격 부담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이렇게 AI 기술 발달과 수요 확대 등으로 가격 부담이 낮아지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한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4개국 경쟁력과 장ㆍ단점을 간략하게 정리한 자료가 있어 일부를 소개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격주간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는 미국이 민간 부문 주도로 확고하게 앞서가고 있으며 그 뒤를 강력한 정부 주도로 중국이 바싹 뒤쫓고 있다.
특이한 점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강으로 평가돼 온 일본의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며, 연구소 연구 기준으로만 보면 세계 수준에 크게 뒤지지 않은 한국도 실험실 개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두 나라 모두 대기업 위주로 짜여진 기업 생태계가 하나의 공통적인 약점으로 꼽힌다고 지적한다.
미국
(연구개발) 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
-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휴머노이드 연구를 시작했지만, 당시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용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미국은 완성품 제작보다 제어이론, 최적화 이론, 관절 고정밀 제어 등 이론적 휴머노이드 원천기술 연구에 주로 집중
-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해, 연구개발 초기 NASA・DARPA 등 공공기관이 마중물 투자를 주도했으며, 대표적 성과는 MIT 교수 마크 레일버트가 설립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
- 당시 일본의 휴머노이드가 장애물이 없는 평지에서 직립 보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아틀라스는 다양한 장애물과 경사도 있는 지형을 자유롭게 보행할 정도로 난이도 높은 기술을 구현
- 201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공공 투자에서 민간 투자로 무게 중심이 전환되었고 현재는 민간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추진 중
(정부정책) 자국 첨단제조업 육성 및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로봇 연구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
- 미국에서 휴머노이드를 타깃으로 한 정부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으며, 일반적 로보틱스 정책에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
- ’09년 美 로봇 정책의 핵심 전략인 ‘로보틱스 로드맵’이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20년까지 4차례 개정판이 발표
- 미국이 로봇자동화를 중요 정책 아젠다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11년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 계획의 일환으로 ‘국가 로보틱스 이니셔티브 (National Robotics Initiative)’를 제시하였으며, NRI는 ’20년 3.0으로 일몰
- 美 로봇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미국과학재단(NSF)은 NRI 3.0 일몰 이후 FRR(Foundational Research in Robotic)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시스템 연구를 지원할 계획 (기업 생태계) 휴머노이드 제조기업과 빅테크 기업의 콜라보
- 정부주도형 생태계를 가진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 주도형 휴머노이드 생태계 구조를 가지고 있고, 비록 로봇 부품소재 자급률은 낮지만 강력한 인공지능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로봇 플랫폼 시장 선점을 목표
- 따라서 휴머노이드 제조기업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에 탑재되는 운영체제, 프레임워크,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을 지원하는 IT 기업들도 공급망에 포함
중국
(연구개발) 중국은 미국 다음의 휴머노이드 기술 선도국가
-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는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칭화대, 하얼빈공업대, 베이징공업대, 절강대, 국립국방기술대 등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기술 연구
- 2010년대 들어 UBTECH를 비롯한 다수 스타트업 기업들이 창업하여 상용화가 가능한 글로벌 수준으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단숨에 휴머노이드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
(정부정책) 중국은 정부 주도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국책 과제로 추진 중이며,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활용할 계획
- ’23년 1월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17개 부처는 로봇 산업과 기타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로봇 전후방산업 및 기술역량을 제고시켜 미래첨단경쟁에 적극 대응하는 ‘로봇플러스 응용행동 실시방안(机器人+应用行动实施方案)’을 발표
- 이어 ’23년 11월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과 발전에 관한 지도의견(人形机器人创新发展指导意见)’을 발표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이은 ‘차세대 혁신 제품’으로 정의하고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
- 지방정부도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데, 베이징시는 ’23년 6월 ‘베이징시 로봇산업 혁신발전 행동방안(北京市机器人产业创新发展行动方案)’을 발표하고 ’24년 1월 100억 위안(약 1.8조 원) 규모의 로봇 기금을 조성하였으며, 상하이와 선전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지원 지침을 밝히고 공장 유치를 적극 추진
(기업 생태계) 선전・베이징・상하이 3대 지역에 거점을 둔 최소 30곳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중국 휴머노이드 생태계의 주축
- 업계는 2024년이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양산 및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
- 최근 휴머노이드에 자체 개발 또는 중국 빅테크 개발 LLM/LMM을 탑재해 임보디드 AI를 구현하려는 업체가 증가하는 추세
- ※ UBTECH-바이두(百度), 러쥐로봇-화웨이(化为)
일본
(연구개발) 일본은 전통적 산업용 로봇 및 부품소재 최강국
- 일본은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45%를 석권하고 있으며, 모터・감속기・제어기 등 로봇 핵심 부품/소재 영역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절대적
- ’73년 와세다 대학이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와봇-1’을 개발한 데 이어, 혼다자동차는 2000년 일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결정체인 세계 최초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공개
- ’15년 소프트뱅크가 감정 소통형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발매하였는데, 2족보행형이 아닌 바퀴주행형으로 설계되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213,840엔)에 초기 약 7천 대가 판매되었으나 ’20년부터 생산 중단
- 압도적인 산업용 로봇 및 부품소재 경쟁력에 비해,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및 상용화는 美・中 대비 열위이며, 특히 로봇 지능화 관련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
(정부정책) 저출산・고령화 극복 대안으로 로봇 보급을 정책적으로 지원
-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숙련노동자의 은퇴, 단순반복 및 위험한 노동의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일본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일련의 로봇 관련 정부 시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 일본 정부는 ’14년 일본이 ’20년까지 세계적인 로봇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담은 ‘로봇 혁명 이니셔티브(ロボット革命イニシアティブ)’를 발표
- ’15년 이전에는 로봇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 주택 등을 로봇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일본이 일상생활에서 로봇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회로 부상하는 목표를 제시한 ‘로봇신전략(ロボット新戦略)’ 발표
- ’16년 중장기 성장 로드맵에서 ‘Society 5.0’을 일본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인재의 변화상에서 단순반복적 업무를 로봇이 대체하는 것으로 예상
- ’19년 내각부,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이 합동으로 ‘로봇에 의한 사회 변혁추진회의’를 개최
(기업 생태계) 자동차・가전・통신 등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
- 일본은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보급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프로토타입에 그치거나 제품 판매가 중단되는 등 여전히 상용화・제품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음
- 이는 대기업 중심의 생태계로 인해 혁신과 속도가 강점인 휴머노이드 업계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
한국
(연구개발) 대학・연구소에서 시작된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은 ’99년 KIST가 개발・공개한 머리는 사람, 몸통은 말 모양의 4족보행 로봇 ‘센토(Centaur)’라고 알려져 있으며, ’01년 KAIST 양현승 교수 연구팀이 사람 몸통에 바퀴주행부를 가진 로봇 ‘아미’를 개발
- ’04년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기간 3년 제작비 10억원으로 국내 최초 2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를 개발
- 美 핸슨 로보틱스와 협력해 완성한 ‘알버트 휴보’는 아인슈타인 얼굴로 여러 표정을 지을 수 있었으며, ’08년 개발된 ‘휴보2’는 시속 3.6km 속도로 달리기 가능
- 그 밖에 ’05년 생기원이 개발한 ‘에버’, KIST가 개발한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Mahru)’・‘아라(Ahra)’, ‘키보’ 등이 개발되며, 국내 휴머노이드 초기 연구개발은 주로 대학・연구소에서 주도
- ’13년 로보티즈가 ‘똘망’을 개발하고, ’12년 삼성전자도 휴머노이드 프로토타입 ‘로보레이’를 발표했지만, 이후 민간기업 차원에서 의미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 소식은 아직 없는 편
(정부정책) 글로벌 4대 로봇 강국 도약 목표
- 정부는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09년부터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은 4차(2024~2028)4)까지 수립되어 있으며, ’30년까지 민관합동 3조 원 이상 투자해 국내 로봇산업을 육성할 차별화 전략을 제시
(기업 생태계) 美・中 대비 2~3년 기술격차의 대기업 중심 생태계
-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 완제품과 부품 매출이 83%, 내수 판매가 79%, 매출 50억 원 미만 사업체가 74%를 차지해, 영세한 업체들이 좁은 내수시장, 특히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형국
- 휴머노이드의 경우 레인보우 로보틱스를 제외하고는 완제품을 시장에 상용화한 사례도 없어, 美・中 기업과 비교하여 기술격차가 꽤 벌어진 상황
-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휴머노이드 완제품은 대기업들이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충분한 자금조달을 하기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의 어려운 현실 때문인 것으로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