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아시아 회장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비공식 번역이며 원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Stephen S. Roach, former Chairman of Morgan Stanley Asia and the firm's chief economist, is a senior fellow at Yale University's Jackson Institute of Global Affairs and a senior lecturer at Yale's School of Management. He is the author of the new book Unbalanced: The Codependency of America and China.
중국이 비교적 잘 사는 사회(小康社会)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경제, 금융시장, 지정학적 전략, 사회정책 등 다방면에서 구조적 대변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미래는 과연 이렇게 다양한 변화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상호 작용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서방 논평가들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데 치중하고 있으며 벌써 20년 간이나 중국의 경착륙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올해 중국 주식시장 급락과 예상치 못한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 이후에도 똑같은 경착륙 타령이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후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중국 경제의 단기 전망에 대한 각종 논의를 경시할 수는 없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중국 경제가 제조 및 건설업에서 서비스업 쪽으로의 구조변화, 즉 구조적 재균형을 꾸준히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중국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8.2%로 제조업과 건설업을 합친 42.6%를 상당폭 앞질렀으며 둘 사이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업은 소비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동시에 노동집약적이다.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자본집약적인 제조ㆍ건설업과 비교해 같은 단위산출량당 소요되는 노동력은 서비스업의 경우 약 30% 더 많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중국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있지만 고용 사정은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서비스업은 중국 도시화 전략의 효율성을 더욱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1978년 20%에 불과하던 중국의 도시 거주 인구 비율은 현재 55% 선까지 높아졌으며 15년 뒤에는 65~7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서비스업 고용을 통해 경제성장은 더욱 안정적 추세를 보일 것이다.
그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공포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서비스업 기반 경제 구조로 급속히 변화해 가면서 제조업 기반 구경제에 대한 하방압력이 완화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과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다. 숫자상으로 보기에는 미미한 변화로 생각될 지 모르지만 중국에 있어서 구조 변화가 보통 극도로 더디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급속한 변화라고 해야 한다.
이렇듯 중국 경제의 구조적 재균형 노력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진짜 문제는 중국 당국이 너무나 많은 과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금융시스템 현대화, 통화 개혁, 주식ㆍ채권ㆍ부동산 시장 과열 해소 등의 과제를 모두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중국 당국은 부패 청산, 외교적 역할 강화, "차이나 드림"이라는 구호에서 드러나는 국수주의 부흥 등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목표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쉽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 디레버리징과 주가 거품 붕괴는 제조업 기반 구경제에 자기강화적 경기 둔화를 촉발시키게 되고, 이는 다시 소비심리 악화라는 과정을 거쳐 결국 서비스업 기반 신경제 활동도 위축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모험을 감행할 경우 아직 내수만으로 성장을 유지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중국으로서는 세계와의 관계 악화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 이렇게 다양한 목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조정능력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중국 당국은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 구조로의 과감한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주가가 급락하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위안화 개혁과 공기업 개혁 등의 부문에서도 일견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동안 중국에서 정치적 의지 문제는 없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적절한 우선순위에 따라 적용함으로써 중국의 개혁 및 구조 재균형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개혁과 구조 재균형 문제에 있어서만은 뒷걸음질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경제 발전이란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어려운 과제다. "중진국 함정"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중국이 급속한 발전을 통해 도달한 현재의 1인당 소득 수준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에 있어 지금껏 인류 역사상 성공한 사례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다. 중국은 너무 많은 것을 일거에 모두 이루겠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복잡해질 수 있는 일을 단순화하고 명료화해서 관리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국 지도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다.
※ 기고문 원문 ☞ China’s Complexity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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