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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마이너스 금리와 투자: 배당수익률을 생각한다

(※ 한국투자증권 보고서)

▣ 마이너스 금리와 투자 : 배당수익률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시장이 홍역을 치른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우습게도 최근엔 그 반대, 즉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이 본격 회자되고 있다.

지난 주말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CB처럼 우리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수 있다. 예상보다 비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했다. 최근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Bloomberg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8년에도 마이너스 금리 논의가 있었지만 MMF 시장에 역효과가 나타날까봐 채택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 사례를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만병통치약은 못되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지원책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9월 FOMC 점도표에서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소수의견일 뿐, 실제 실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으나 최근 미국 제조업과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되자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재빨리 방향을 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실제로 실현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하면서 무리하게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다. 당분간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신흥국 안도랠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곳곳에서 배당주 추천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5%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배당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항력이라는 논리다. 필자도 부분적으로는 동의한다. 2천만원에 대한 1년 정기예금 이자가 이자소득세 제외하면 35만원 밖에 안되는 시대. 은행에 관심이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실제로 최근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배당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꽤나 꾸준하다. 여전히 가장 매각도 잘되고 인기가 높은 것은 중소형주 펀드지만, 배당주식형의 경우 8월부터 별다른 부침없이 꾸준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주목된다.

주변국과 비교하면, 사실 한국은 조금 특수 케이스다.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은 배당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아진지 오래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은 배당수익률이 1% 수준에 불과해 시중 은행금리를 한 번도 상회한 적이 없었다. 최근에야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과 금리가 비슷해진 것이다.


사실 그만큼 경제 전체가 탄력이 없다는 것이니,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좋은 시그널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러나 최근처럼 장기적인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는 배당투자가 꽤나 알맞은 컨셉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기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1~2%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배당이나 주주환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숙되지 않은데다, 변동성이 큰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단순히 절대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보다는 1)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이 계속 늘어날 수 있는 기업이나(배당성장주의 개념) 2) 배당성향 자체가 상향되는 기업(주주환원정책의 변화)에 투자하는 것이 더 적절한 컨셉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의 진정한 배당 기대주는 대기업, 즉 지배구조 관련 주식이다. 필자는 3년 전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현대차 CEO 연봉에 대한 분석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은 대체로 아래와 같았다.

‘현대차에는 CEO가 3명이 있지만, 우리는 진짜 CEO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며칠 전 공개된 연봉을 보면 자명하다. 김충호, 윤갑한 사장은 9억원을 받았지만 정몽구 회장은 56억원을 받았다.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에서도 CEO직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정 회장은 여기에서도 추가로 84억원을 받았다. 정의선 부회장은 26억원을 받았다. 이는 한국 재벌가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소규모 지분 만으로도 오너(owner)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5.2%에 불과하다.’

기사는 ‘오너’에 대한 후한 연봉에 비해 ‘주주’에 대한 박한 배당의 문제를 지적하며 글을 마무리했지만, 한국 대기업이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이미 상당히 퍼져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주친화정책 발표 가능성이 있거나, 배당성향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최근 삼성, 현대, 롯데를 필두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빨라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한국시장 포지션을 오랫동안 비워둔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회 요인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형주 상대강도가 지속 개선될 것으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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